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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평점 :
《말러》 는 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서른한 번째 책이에요.
우리 시대 대표 작가의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리즈예요. 책이나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세계적인 인물들이 각각 여행 테마가 되기 때문에, 생애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현실 세계로 소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시리즈를 "책에서 여행으로, 여행에서 책으로, 나의 깊이를 만드는 클래식 수업"이라고 부르나봐요.
이번 책에서 만나게 될 인물은 구스타프 말러 (1860~1911)예요. 말러의 생애와 예술 공간으로 우리를 안내해주는 사람은 음악 컬럼니스트 노승림 교수예요. 먼저 구스타프 말러가 누구인지부터 알려주네요.
1860년 체코 칼리슈테에서 태어나 이흘라바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말러는 어릴 때부터 길거리의 군악대 소리, 아버지가 운영하는 선술집에서 들려오는 취객들의 권주가, 유랑 악단의 가락 등 세속의 다채로운 음향에 둘러싸여 자랐다고 해요. 1897년, 빈의 심장인 궁정오페라극장의 지휘자로 발탁됨으로써 음악 인생의 최고 정점을 찍었고, 지휘와 작곡을 넘나들며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스스로를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오스트리아에서는 보헤미아인으로,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오스트리아인으로, 세계에서는 유대인으로, 어디에서나 이방인이고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이었던 거죠. 하지만 말러는 타고난 고독을 부정하거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살지는 않았대요. 보통이 사람이라면 자신을 증명해내려고 노력할 텐데 그는 달랐어요. 말러에게 음악은 온전한 자신만의 세계였기에 세상을 향한 아부를 발견할 수 없었고, 그때문에 생전에 작곡한 작품들이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던 거예요. 세상은 그를 지휘자로서는 인정했지만 작곡가로선 조롱했는데, 그럼에도 그는 주눅 들지 않았어요. 언젠간 내 세상이 올 거라고 확신했던 말러는 오늘날 팬덤을 거느린 몇 안 되는 고전 음악계 스타가 되었어요. 말러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러리안이라는 단어까지 생겼으니 말이죠. 말러의 음악은 쉽지 않아요. 난해하고 경계가 없어서 장엄하게 흐르던 곡이 한순간 통속적인 선율로 바뀌기 때문에 교향곡 장르가 가지는 기승전결 구조와는 거리가 멀어요. 좋게 말하면 전위적이고, 거칠게 표현하면 뒤죽박죽이라고, 저자는 말러의 음악을 '시끄러운 소음과 음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 한다고 표현했는데, 그만큼 말러는 음악과 혼연일체였던 것 같아요. 책 속에 말러의 데드마스크 사진이 있는데, 그 표정에서 죽음과의 사투가 느껴져요.
이 책은 '경계 위의 방랑자'였던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 외길 인생을 따라가는 여정이에요. 저자는 이 여정을 즐거운 관광이 아니라 소외당한 자의 고독을 실감하는 여행이라고 소개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말러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가장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공동체적인 예술, 말러의 음악이 지닌 가치를 알려주는 값진 여행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