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평점 :
얼마 전 예일대 정신과 교수 나종호님이 나온 방송을 봤어요.
대학교 때 선배 한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군대에서도 동기 한 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때 자살을 막고 싶다는 생각에서 정신과 의사를 떠올렸고 뒤늦게 의대에 진학했다고 해요. 나종호 교수님은 언론에서 자살을 보도할 때 '극단적 선택'으로 표현하는 건 잘못된 거라고 했어요. 그건 자살을 외면하려는 자세가 반영되어 있고, 자살이 선택의 일부인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에요. 자살을 선택지에 놓아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자살 사망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비극적인 현실이 납득된다는 게 어이없지만 현실인 것 같아요.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자살한 사람과 유가족을 비난하는 목소리인 것 같아요. 누구도 당사자가 아닌 이상 자살한 사람의 심정을 알 수는 없어요. 그런데 함부로 비난하고 유가족까지 괴롭히는 악플들은 범죄예요. 어쩌면 한 명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줬더라면, 그 작은 온기로 살아갈 힘을 얻었을지도... 살아있는 우리는 주어진 삶을 살아갈 의무가 있어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서로 마음을 나눈다면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제2한강》은 권혁일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주인공 홍형록이 자살한 뒤 깨어난 곳, 제2한강이라고 부르는 곳이에요. 천국도 지옥도 아닌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시 죽기'라는 거예요. 도대체 왜 그들이 제2한강에 모여있게 된 건지, 과연 홍형록은 제2한강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홍형록이 죽었다는 사실을 살짝 잊게 돼요. 개인적인 비극이나 엄청난 서사를 보여주지 않고도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자살을 시도했다가 살아난 사람들의 사연을 보면 죽고싶다는 마음보다 살고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요. 아무런 이유없이 자살을 선택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섣불리 짐작하고 판단할 수 없는 그 마음을, 이 소설은 색다른 이세계, 제2한강에서 깨어난 홍형록을 통해 잘 그려내고 있네요. 권혁일 작가님은 '내 친구 M을 기억하며', 결말 부분의 마침표를 찍었다고 해요. M은 여전히 먼 곳에 있지만, 작가님이 상상한 그 세계처럼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한 곳이기를. 아마 남은 사람들 모두의 바람일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