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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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최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제목을 보자마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떠올랐는데, 묘하게도 거울을 비춘 듯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요.

차라투스트라가 자신의 동굴에서 나와 세상 속으로 걸어가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오래 칩거하던 토굴 밖으로 나와 도시를 향해 가고 있어요. 여기서 결정적 차이는 마음에 품은 것이 선이냐, 악이냐 라고 봐야겠네요. 주인공 '나'는 악의 이성에 끌렸다고 고백하는데 그는 인간일까요, 아니면 악마일까요. 혹은 신의 경지에 오르려는 걸까요.

"나는 악의 이성이 이끄는 대로 토굴(土窟) 밖으로 나가려 한다. 토굴은 친절하게도 나를 30년 동안 품어 주었다. 토굴은 짙고 푸른 어둠으로 나의 고독한 영혼을 끌어안았다. 그 고독과 편안함을 벗어던지고 광기와 혼란으로 얼룩진 세상 속으로 나가려 한다. 그리하여 이기와 탐욕으로 일그러진 세상을 악의 이성으로 평탄케 하려한다." (11p)

이 소설은 원래 문예지에 발표한 250매 분량의 중편 작품을, 2022년 봄에 악몽을 꾼 뒤 장편으로 확대 개작한 것이라고 해요.

꿈 내용은 화창한 봄날 오후에 벚꽃길을 자전거로 달리다가 커다란 사자의 급습으로 쓰러졌는데, 바위에 부딪혀 쓰러진 사자를 자전거를 탄 남자가 뭉개듯 지나쳤고, 죽어가는 사자가 안타까워 심폐소생술로 살려줬더니, 그 사자가 악마로 변신해 "악마는 자신에게 선을 베푸는 자에게 언제나 파멸을 베푸는 법이오."라며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했다는 거예요. 공포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으니 심장이 벌렁대고 식은땀이 났을 것 같네요.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나'와 '사자' 그리고 또다른 '남자'는 각각의 인물 같지만 모두 내 안에 존재하는 '마음' 같다고 느꼈어요.

어릴 때는 선과 악이 완벽하게 분리된 건 줄 알았는데 커가면서 혼재되어 있음을 깨달았어요. 세상에 완벽한 선도, 완벽한 악도 없다는 걸 말이죠. 악의 평범성, 이 개념이 가장 설득력 있지만 모든 인간에게 해당된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가 인정하는 인간다움이란 본능과 이익에 끌리면서도 끌려가지 않는 자기 결정권, 일종의 양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세상에는 본능과 이익을 쫓아 타인을 괴롭히고 살해하는 범죄자가 존재해요. 연쇄살인범의 경우는 인간의 탈을 쓴 악마, 그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요.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분신인 여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어요. "악마는 악마의 일을 해야 세상이 건전해집니다. 악마가 선자의 행세를 하니까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인간은 더 악하게 되고, 인간이 악하게 되면, 악마는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악마는 죽었습니다. 인간의 악함이 악함을 죽였습니다." (565p) 인간이 뭐길래, 신을 죽이고 악마를 죽이는 걸까요. 심오한 진리를 대서사로 풀어낸 소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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