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 가족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의 특별한 삶
양영희 지음, 인예니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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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봤어요.

보통의 가족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엄청난 역사를 품고 있어서 놀라웠어요. 겉보기엔 평범한 가족이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이데올로기, 오히려 덤덤하게 보여줘서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네요. 이 책은 영화에서 담을 수 없었던 뒷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요.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 는 가족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양영희님의 특별한 삶을 담은 책이에요.

"한때 이카이노라고 불렸던 오사카시 이쿠노구. 어머니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재일코리안 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이곳은, 주민의 4분의 1 이상을 재일코리안이 차지하고 있었다. 국적이나 사상과 관계없이 이곳에 사는 재일코리안의 9할은 한반도의 남쪽, 한국 출신이다. 일본 사회의 민족 차별과 가난으로 고통받던 이들의 생활은 조국 분단으로 인해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북이냐, 남이냐. 모두가 이념을 따져야 했다. 정치와 떼어놓을 수 있는 일상이란 없었다." - <수프와 이데올로기> 중에서 (17p)

과거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고통을 당했는지, 우리는 감히 짐작할 수조차 없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고 괴로워하는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요. 책을 읽다가 쇠약해진 아버지 옆에 누운 저자의 사진과 에피소드에서 그만 눈물이 터졌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대동맥류가 발견되어 입퇴원을 반복했고,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어요. 영화 마지막 장면에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늘 가족과 함께라고 믿고 있는 어머니는 매일 기도를 올린다"라는 내레이션에 가슴이 뭉클했어요. 어머니에게 남은 마지막 기억은 사랑하는 가족이었네요. "'가족이란 사라지지 않고, 끝나지도 않아. 아무리 귀찮아도 만날 수 없더라도 언제까지나 가족이다' 그런 실감이 나를 새로운 해방구로 이끈다." (7p) 라는 저자의 말이 뜨겁게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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