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귀신이 되다
전혜진 지음 / 현암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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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귀신을 믿습니까?"

귀신을 믿든 안 믿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신이 등장하는 괴담에는 관심을 보여요. 우리 조상들도 다르지 않았대요. 군자는 괴력난신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면서도 꾸준히 귀신과 조상령의 존재를 믿고, 원귀들에 대해 이야기했대요. 우리의 옛이야기나 필기·야담집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원한을 품은 채 목숨을 잃고, 되돌아왔어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무시무시한 귀신이 아니라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잔혹한 현실이에요.

《여성, 귀신이 되다》 는 전혜진 작가님의 책이에요.

소설 창작을 위해 옛이야기를 수집하다가 이야기 너머 여성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단순히 귀신 이야기가 아닌 당대 범죄의 피해자가 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어요. 그동안 흥미 위주로 소비되던 귀신 이야기 속에서 사회적 약자이자 범죄 피해자인 여성에게 초점을 두니 감춰져 있던 차별과 편견이 뚜렷하게 보이네요. 괴물이 된 여성들, 여성이 된 괴물들.

고대부터 많은 산신은 여신이었는데, 조선의 주류 사상인 성리학과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여신들은 밀려나거나 축소되고 사라졌어요. 하지만 우리의 여신들은 여전히 여성들의 세계 속에 살아 있다고 하네요. 여성들이 해녀 일로 경제를 지탱해왔던 제주도에는 강하고 용감한 자청비와 같은 여신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고, 무속 신앙의 서사 무가 속에서도 우리 여신들은 살아 있어요. 삼신할미는 무속의 농경신인 제석신 삼형제의 어머니, 무조신은 저승 시왕의 어머니였는데, 이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고난을 겪어내고 마침내 신이 되어 인간의 삶과 죽음을 보살피게 된 거래요. 책 표지를 보면 '귀'라는 글자가 보일듯 말듯, '신'이라는 글자 아래에는 神 한자가 숨겨져 있는 것이 매우 감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네요.

저자는 이 책을 귀신과 신령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여성 잔혹사라고 표현했어요. 왜냐하면 21세기 지금도 여성은 여전히 차별받고, 수많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에요. 억울하게 죽은 귀신의 복수극은 이제 그만, 애당초 억울할 일 없는 세상이 되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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