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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 한국 사회는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김승섭 지음 / 난다 / 2022년 2월
평점 :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7p)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는 김승섭 교수님의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가 이 비극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천안함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9시 22분 서해 바다에서 폭침으로 가라앉은 배와 순직한 46명의 군인이 있다는 언론기사 내용으로만 기억하고 있어요. 그 폭침에서 살아남은 생존장병들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어요. 저자가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고 해요. 2016년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에서 발주한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6개월 동안 생존학생과 그 부모를 만나 그 목소리를 기록하고 정리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참사 생존자들이 가지고 있던 연구자들에 대한 불신이었다고 해요. 당시 박근혜 정부가 은폐하고 왜곡했던 걸 고려한다면 참사 피해자들의 적대감은 당연한 결과일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연구를 끝낸 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했던 인터뷰 내용을 『한겨레 21』에 연재했다고 해요. 그때 연재 작업을 함께 하고 있던 정환봉 기자가 천안함 생존장병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연구를 맡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했고, 천안함 생존장병 연구를 책으로 출간하게 된 거예요.
천안함 폭침 사건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어요. 군사적 충돌의 관점에서 보면 적과 어떻게 교전했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중요한 안보 사건이 될 것이고, 침몰하는 배에서 동료를 잃고 살아남은 사람들에 주목한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 생존자 사건이지만 이 두 가지 관점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천안함은 산업재해 사건이라는 것.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군인들이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고 다친 일이므로 공무상 순직인데, 일하다 발생한 사건으로 노동자가 고통받게 되었다는 본질은 같기 때문에 산업재해 사건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은, 천안함 생존장병은 국가유공자에 선정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 2018년 당시까지 전역 이후 PTSD 치료비를 사비로 지불했다고 해요. 사망한 46명의 장병은 화랑무공훈장을 받으며 숭고한 희생을 한 존재가 되었지만, 살아남은 58명의 장병은 패잔병이라는 부당한 낙인과 싸워야 했고, 폭침 이후 얻은 PTSD로 병원 치료를 받으며 국가유공자가 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했다는 거예요. 이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은 스스로가 실망스럽다고 답한 생존장병이 45.9% (11명/ 24명)라는 결과가 씁쓸하네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피해자 모욕을 합리화하는 진영 논리예요.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참사는 서해 바다에서 4년의 시차를 두고 생겨난 가슴 아픈 사건인데 이 두 사건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정치적 이슈로 몰고 가며 상처를 곪게 만들었어요. 세월호 피해자에게는 '빨갱이'나 '시체팔이'라는 욕이, 천안함 피해자에게는 '얼마 받았길래 이명박한테 그렇게 충성하냐?'라는 근거 없는 비난이 가해졌는데, 소름끼치게도 작년 10.29 참사 때 똑같은 조롱과 모욕이 반복되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가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이 비극을 기억하며 인간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