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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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나라 유명 코미디언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나 4년 후 은퇴하면서,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라는 명언을 남겼죠.

요즘 정치,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서 누군가는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될 만하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기득권 풍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더니 권력을 잡자마자 언론을 탄압하고, 고등학생이 그린 정부 풍자만화를 두고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리는가 하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미술작품 전시회를 기습 철거했으니 완전 코미디쇼 같아요. 웃기고 있네, 웃기고 X빠졌네.

《코미디언스》는 그레이엄 그린의 장편소설이에요.

그레이엄 그린은 신문사 기자로 일하면서 해외 여러 나라의 위기를 보도하였으나 저널리스트보다는 소설가로서의 재능을 발견하여 창작에 전념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소설은 약간의 해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아이티는 그레이엄 그린이 1954년 처음 여행한 곳인데, 10여 년 후 아이티의 대통령 프랑수아 (파파독) 뒤발리에를 빌런으로 묘사한 소설을 쓴 거예요. 사실 튀는 빌런 못지 않은 방관자 혹은 위선자들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어요. 화물선 메데이아호를 타고 아이티로 향하는 승객들의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등장인물들을 서로 의심의 눈초리로 탐색하고 있어요. '나'로 지칭되는 화자는 브라운, 그는 아이티를 '공포와 좌절의 나라'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관찰자 혹은 이방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전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그를 지켜보는 독자 역시 냉철한 관찰자로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재미있는 건 소설 말미에 덧붙여진 '그레이엄 그린의 서한' 내용을 보면 저자가 소설 속 브라운은 본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는 거예요. 세상에 자기 자신을 나쁜 인간으로 묘사할 작가가 어디 있냐면서, '나'는 어디까지나 가상의 인물임을 밝히고 있어요. 물론 아이티의 빈곤한 상황과 닥터 뒤발리에의 통치 방식은 창작이 아닌 사실이고, 사악한 인간들과 관련된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했다고 하네요. 그린은 자신이 아이티를 피상적으로만 경험했음을 솔직히 인정했어요. 그래서 독재 정권에 짓밟힌 아이티 현장을 소설로 그려낸 거예요. 허름한 호텔과 불륜, 폭력이라는 작은 균열들을 아무렇지 않게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네요. 붕괴 직전, 아이티가 아니라 가식과 위선을 떠는 그들의 존재가 웃음거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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