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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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눈에 띄지 않게 있는 것에 아주 능숙하다.

모든 OO이 그렇다." (13p)

빈 칸에 들어갈 단어는 무엇일까요. 아직 이 책을 모르는 사람에게 퀴즈를 낸다면 다양한 답이 나올 거예요.

영국 미스터리 소설을 읽으면서 유독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그동안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단어인데, 페기 스미스 덕분에 새로운 시각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세상은 참 신기해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 그리고 상상도 못한 것들로 가득차 있으니까요.

《살인 플롯 짜는 노파》는 엘리 그리피스의 신작이에요. 2021년 골드 대거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이라고 하네요.

노인 보호 주택에 살고 있는 노부인 페기 스미스는 창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망원경으로 관찰하며 기록하는 취미가 있어요. 간병인 나탈카는 창가 의자에 앉은 채 죽어 있는 페기를 발견했으나 전혀 놀라지 않았어요. 협심증이 있는 아흔 살 노인의 죽음이라 담담했던 거죠. 다만 페기 옆에 매우 이질적인 뭔가를 발견했어요. 전문적인 느낌을 풍기는 명함, 거기엔 "M. 스미스 부인. 살인 컨설턴트."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그리고 페기가 소장한 수많은 범죄 소설의 맨 앞이나 맨 뒤에는 감사의 말과 함께 페기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는 거예요. 작가들이 페기 스미스에게 보내는 추신(PS)과 살인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의 의미는 뭘까요. 정말 이상한 건 페기의 장례식 이후에 벌어진 살인 사건들이에요. 그건 페기가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한 게 아니라 살해 당한 것일 수 있다는 실마리인 거예요.

간병인으로 일하는 젊은 여성 나탈카와 페기의 이웃이자 과거 BBC 라디오에서 일했던 여든 살 노인 에드윈, 카페 주인이자 전 가톨릭 수도사인 청년 베네딕트는 어쩌다 보니 탐정 삼인조가 되어 페기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서게 돼요. 모든 힌트는 책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워요. 페기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책과 작가들을 둘러싼 미스터리로 인해 놀라운 추리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서 빈 칸에 넣을 단어는 '노인'이에요. 조용히 암호 십자말풀이와 범죄소설을 즐기던 노부인에게 이런 반전이 숨겨져 있어서 놀랐고, 그 충격이 어쩌면 편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문득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노인에 대한 글이 떠올랐어요. 어찌됐든 우리는 살다보면 언젠가 노인이 될 텐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해야겠죠. 가능하다면 잘 살다가 편안하게 가기를.

"아프리카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노인은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자기의 죽음조차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을 슬퍼한다. 살았더라면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을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노인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아흔 살 노부인의 비밀과 범인을 추적해가는 아마추어 탐정들을 통해서 짜릿한 열정을 느꼈어요. 따뜻한 스릴러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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