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0
이도해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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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드라마 <약한 영웅>을 봤어요. 왜소한 체구의 주인공은 오직 공부만 하는 고1 모범생이에요. 자신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는 한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신경쓰지 않는 냉소적인 아이, 그런 주인공을 같은 반 일진이 괴롭히면서 상황은 점점 험악해져가요. 약함과 영웅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조합이지만 학교폭력을 그려낸 이야기 속에서는 묘하게 설득되더라고요. 누가봐도 약자인 주인공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는 방식... 악에는 악으로, 폭력을 옹호하진 않지만 피할 수 없다면 싸울 수밖에 없잖아요. 이 소설을 읽다가 '약한 영웅'이 떠올랐어요.

《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는 이도해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제12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은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사람들의 복수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주인공은 열여덟 살,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으로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에요. 원래 친구가 없었지만 어느 날부턴가 혼자만 과제를 모르고 따돌림을 당하더니 본격적으로 고명경의 괴롭힘이 시작되면서 알게 됐어요. 교실 왼쪽 분단 맨 끝자리가 비어 있는 건 자퇴한 양주홍의 자리라는 것, 그 애가 자퇴했으니 다음 차례가 자신이 됐다는 것. 친구 하나 없는 반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

우연히 학원 근처에 오래된 서점 '미미 책방'에 들렀다가 미미 할머니에게 초대, 아니 협박으로 독서 모임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소심한 겁쟁이들을 만나면서 각자의 복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돼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이름이 나오질 않아요. 오빠가 유명 아이돌 최은성이라서, 최은성의 동생이라는 걸 숨기느라 아예 친구도 사귀지 않고 공부만 했다는 아이. 반 애들은 이름 대신 "1등"이라고 불러요. 익명의 존재로 살다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되고, 은밀한 복수를 꾸미지만 정작 고명경에게 지우개 하나도 못 던지는 소심한 아이. 그래서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아요. 누구라도 그 아이가 될 수 있는 거니까... 아무도 돕지 않으면 양주홍처럼 자퇴를 하든가, 전학을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아니까 더 답답하고 화가 났네요. 비겁한 어른들, 그 지점에선 부끄러웠고요.

다행히 주인공은 미미 할머니의 독서 모임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돼요. 드라마나 영화처럼 위험에 빠진 주인공을 구원해 줄 슈퍼맨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요. 다만 미미 할머니, 이코, 망치, 쿠키, 바우, 킬로, 주홍이를 만나는 건 가능한 일이에요. 나의 고민을 공감해주고,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 그들과 함께 힘을 낸다면 이겨낼 수 있어요. 가슴에 맺힌 한을 풀기 위해서 복수는 꼭 필요하지만 그 방식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식 복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네요. 가장 짜릿한 복수는 무엇인가,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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