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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쓰다 - 도시여행자의 어반 스케치
한정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2월
평점 :
《그림을 쓰다》 는 도시여행자 한정선님의 어반 스케치를 담은 책이에요.
'세상은 넓고 그릴 것은 많았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그림 여행기이자 그림 에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커다란 화구 가방 대신 작은 배낭을 메고 떠난 여행지는 한적한 남해 다랭이마을이었대요. 민박집 옥상, 넓은 평상에 그림도구를 펼치고 바다를 품은 마을과 풍경을 그렸고, 속초, 보령, 제주 등등 여행을 떠날 때마다 숙소 뷰 그리기를 빼놓지 않았대요.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르잖아요. 저자는 스케치 여행이 아니라 여행 스케치라면서, 새로운 풍경을 그리는 기회이자 여행의 기록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하네요. 책 속에 여행 사진과 함께 그림이 나와 있는데, 수채화 특유의 맑고 상큼한 느낌이 전해지네요. 초록빛 잎사귀, 하늘하늘 꽃잎이 아름답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는 건 꽤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이 익숙할 거예요. 저 역시 일상에서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사진으로 찍는 편이라 한참 지난 후에 사진을 통해 추억하는 일이 많아요. 마음 한 켠에는 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는 있는데 선뜻 그리질 못했어요. 커다란 캔버스,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하얀 캔버스를 바라보면서 마음으로만 그리고 있네요.
저자는 작은 스케치북에 여행지의 풍경뿐 아니라 지하철, 카페, 공원... 어디든지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그 중 사람들의 뒷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낯선 누군가의 뒷모습에서 감출 수 없는 표정이 있다고 하네요. 그런 이유로 뒷모습만 그리는 화가가 있고, 뒷모습만 찍는 사진작가도 있대요. 가만히 뒷모습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꾸며지지 않은 느낌이 주는 편안함이 있네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피사체는 꽃이에요. 신기하게도 나이들면 꽃이 좋아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딜 가나 꽃이 있는 곳에 시선이 머물더라고요. 저자가 그린 담벼락 꽃밭 그림이 참으로 정겹네요. 도시는 점점 좁은 골목과 담벼락이 사라지고 있어요. '햇살과 바람의 기울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담벼락 화판은 누구의 손길도 필요 없이 그 자체가 자연의 갤러리' (219p)라는 표현이 못내 아쉬움으로 느껴져요. 비어있는 풍경, 그 여백의 소중함을 잊으면 안 되는데... 그림으로 쓰여진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풍경, 평범한 나날들의 소중함을 배운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