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노르만 올러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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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할 운명의 정치 체제는 본능적으로

몰락을 재촉하는 일을 많이 한다."

- 장폴 사르트르


독일은 일본과는 달리 제2차세계대전 당시 자신들의 전쟁 범죄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이웃 국가 및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계속해왔어요.

독일의 역사 교과서에는 히틀러가 자신의 거짓 평화 약속을 깨뜨리고 이웃 국가를 침략했다고 서술하면서 제2차세계대전의 원인을 독일측의 잘못으로 기술하고 있어요. 독일의 수능시험 역사 과목에도 "나치 독일에서의 유태인"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고, 베를린 주 정부 교육부의 학교 역사교육 지침에는 나치 이데올로기의 기본 요소와 나치가 등장하게 된 원인과 그 영향, 그리고 인간을 경시하는 파괴적인 특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이러한 나치의 세계관, 즉 비인간성과 반민주주의적 경향과 싸워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한다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요. 여기서 특기할 점은 나치즘의 책임을 당시 일부 권력층에만 돌리지 않고 일반 독일인들이 이를 돕고 함께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해 반성하고 있는 점이라고 하네요.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는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를 다룬 책이에요.

저자 노르만 올러는 독일 언론인이며, 지금껏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던 나치 정권의 숨겨진 마약 범죄를 세밀하게 낱낱히 밝혀내고 있어요. 그 시작은 친하게 지내던 DJ로부터 나치들이 약물에 절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대요. 그 뒤 5년 동안 독일과 미국 기록물 보관소를 뒤졌고, 기존 연구에서 빠진 수많은 원본 자료를 찾아내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 《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를 썼다고 해요.

독일의 저명한 역사학자 한스 몸젠은 이 책이 역사의 전체 그림을 바꿔 주었다고 찬사를 보냈는데, 이 책 말미에 한스 몸젠의 후기가 나와 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공로는 히틀러와 주치의 모렐의 공생 관계에 대한 묘사다. 이것은 가히 혁명적이다. 노르만 올러는 총통 본부가 어떻게 점점 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태로 변해가고, 히틀러가 어떻게 자멸의 길로 나아가는지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 히틀러가 개인적 능력을 상살해 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섬뜩하다. 군사적, 경제적 현실을 점점 더 외면한 수뇌부의 무능은 실로 놀랍다. 제2차 세계대전에 책임이 있는 독일 지도부의 속살을 이렇게 가차없이 폭로한 것은 노르만 올러의 업적이다. 이 책은 역사의 전체 그림을 바꾼다." (337-338p)

마약이 나치 체제의 사건들에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려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구성은 시기별로 나누어 마약 중독에 빠진 히틀러와 나치 독일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어요. 1933년부터 1945년까지의 독일 상황을, 노르만 올러는 '브레이킹 배드'라는 단어로 요약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번역하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뭔가 나쁜 짓을 한다', 미국 남부의 구어체로 '지옥을 일으키자' 혹은 '막가자'라는 뜻이래요.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Breaking Bad」 에서 허구의 마약 제조 기술자 월터 화이트가 제조하는 약이 메스암페타민인데, 1937년부터 1941년까지 베를린 요하니스탈의 템러 공장, 프리츠 하우실트 박사의 실험실에서 메스암페타민이 탄생했어요.

히틀러는 독일의 독재자, 전쟁범죄자, 그리고 마약중독자였어요. 다만 마약은 어두운 역사의 단면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 마약은 그저 내재된 악을 강화시켰을 뿐이라는 것. 독재 정권의 내부 붕괴는 이미 예측가능한 전개였음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어요. 마약은 악의 뿌리에서 자라고 퍼져가며,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만들죠. 그때나 지금이나 마약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어요.

오늘의 뉴스, 충격적인 내용을 봤어요.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고시한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초·중·고 사회과목에서 '5·18 민주화 운동'이란 용어가 일제히 삭제됐다는 것. 개정된 일반사회 영역 설명에서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이념과 원리를 실현하고자 한 사례로 '4·19 혁명'과 '6월 민주 항쟁'이 예시로 제시됐지만 '5·18 민주화 운동'은 언급되지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과정 대강화 방침의 결과라는 게 놀라워요. 박근혜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전환을 시도했다가 온 국민의 반대에 부딪혔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 교과서 폐기가 결정됐어요. 근데 이번 정부는 도둑이 몰래 담을 넘듯이 교육부엔 국정교과서 인맥을 복귀시키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 삭제했다는 사실이 발각된 거예요. 일본 외교부도 아닌 대한민국 외교부가 나서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대한민국 인권상인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보류했을 때부터 황당했는데, 역사 교과서까지 제멋대로 고쳐놓고는 의도적 삭제가 아니라니요. 작년 영국 총리의 불명예 퇴진에 대해 영국 언론은 거짓말 정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어요. 습관적 거짓말은 몰락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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