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황주리 지음 / 파람북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일, 오랫동안 잊고 있었네요.

정성껏 편지지에 적어내려가는 마음, 다 쓰고 나면 봉투에 곱게 접어 넣고, 봉투 겉에는 우표를 붙인 뒤 주소를 적어요.

받을 사람과 보내는 사람, 그리고 우체통에 넣은 다음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돼요. 언제 답장이 올까... 그때는 그리움을 마음에 담아두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던 것 같아요. 지금은, 기다림을 못 참게 되었어요. 설익은 밥처럼 까슬까슬, 마음은 더 힘들어졌고요.

《바그다드 카페에서 우리가 만난다면》 은 황주리 작가님의 그림 장편소설이에요.

저자는 이 소설을 "상상의 대상을 향한 끝나지 않은 편지, 사랑과 불안과 전쟁과 평화, 그리고 불멸의 이야기" (5p)라고 소개하네요. 표현은 달라도 모든 책은 독자를 향한 편지가 아닐까 싶어요. 소설은 오래전 뉴욕의 어느 화랑에서 스치듯 만났던 두 사람이 SNS에서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며 시작돼요. 의사와 화가, 두 사람의 연결고리는 영화 <바그다드 카페>예요. 의사 A는 우연히 전시장에서 한국인 화가 박경아의 그림을 보고, 딱 자신의 마음 같다고 느꼈는데 이유는 그 시절에 본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그림 속에서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A는 자신의 편지에 답을 줄 수 있다면 SNS 만남의 장소를 '바그다드 카페'라 부르고 싶다고 말했고, 화가의 답장으로 연결되었어요.

영화 <바그다드 카페>를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영화인지 몹시 궁금했어요. 1987년 영화이며, 독일여성 야스민이 남편과 라스베이거스 인근 모하비 사막을 여행하다가 싸우게 되고, 남편은 야스민을 두고 가버려요. 혼자 길 위에 남은 야스민은 트렁크를 질질 끌며 모래밭을 걷다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카페 바그다드에서 여주인 브렌다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해요. 이 영화를 본 누군가는 '내가 삶에 지쳐 있을 때 누군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거친 사막 위에 화려한 꽃을 피우는 마법을 벌어지는, 그 기적을 믿어볼래?'라고 표현했더군요. 아하, 왜 두 사람이 '바그다드 카페'를 만남의 공간으로 설정했는지 이해가 되네요. 또한 영화 음악인 제베타 스틸(Jevetta Steele)의 콜링 유(Calling You)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영화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비한 도시 바그다드의 느낌을 알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네요. 최근 들은 음악 중에서 가장 묘하게 심장을 파고드는 음색이었어요. 특히 "아~~~" 내뱉는 부분은 압권이에요.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 너를 부르고 있는 나, 그 간절한 진심이 느껴져요. 소설 속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일까요, 우정일까요. 사실 무엇이라고 규정하든 뭐가 그리 중요하겠어요. 편지를 통해, 가상의 공간 '바그다드 카페'에서 마음으로나마 손을 잡았고, 따뜻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마지막 편지에서 두 사람은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에 나오는 문장들을 떠올렸는데, 깊이 공감했어요. "우리가 했던 모든 일이 사랑이라면, 지금 죽어도 괜찮다." (206p) / "인생은 부질없는 것을 통해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여정이다 (가브리엘 타르드)." (214p) 바그다드 카페는 불안한 세계에 더 불안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편지였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