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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 -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
매트 헤이그 지음, 최재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평점 :
"나는요, 완전 붕괴됐어요."
영화 속 대사로 접했던 '붕괴'라는 단어가 새롭게 느껴졌어요.
남자 주인공이 이 대사를 던지고 떠나자 여자 주인공은 '붕괴'라는 단어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데, '무너지고 깨어짐'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불안한 시대에 더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아마도 붕괴 직전이 아닐까 싶어요.
올 한 해를 표현하는 단어 하나를 꼽자면 '붕괴'예요. 여러모로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깨어졌으니까요. 바로 이 책에서도 그 단어를 발견했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불안의 밤에 고하는 말》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는 연습'에 관한 책이에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매트 헤이그의 첫 인문 에세이라고 해요. 저자는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 장애를 앓고 서서히 마음을 회복해가면서 이 책을 써야 할 이유를 찾았다고 하네요. 최근 불안 발작을 겪으면서 실은 이 모든 게 세상 탓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었고, 자신의 행복을 방해하는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에 주목하게 된 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스트레스나 심적 고통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이 세계에 조종당하고 있어요. 이것만으론 절대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 우리의 행복이 저 모퉁이 바로 뒤에 있다는 느낌, 그리고 불안과 공포에 영업당하고 있다는 것.
내가 아니라 이 세상이 미친 거라면 질문을 바꿔야 해요. 미친 세상에서 우리가 미쳐버리지 않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진정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저자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면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이어야 한다." (198p) 수십 년 전 인스타그램이 없던 시절에 소설가 커트 보니것은 "우리가 겉으로 행세하는 사람이 곧 우리로 규정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행세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200p)라고 말했고, 초현실적인 작품을 남긴 벨기에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파이프 그림은 파이프가 아니다." (201p)라고 말했는데, 이는 현실의 우리와 온라인 자아 사이의 괴리를 설명할 수 있어요. 소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현혹될 게 아니라 본래의 나, 인간다움을 되찾아야 해요. 지금의 방향이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면 얼른 뒤로 돌아 올바른 길을 향해 가야 해요. 관성의 법칙대로 앞으로 계속 가다간 벼랑 끝에 다다를지도 몰라요. 매트 헤이그가 알려주는 '세상이 버거울 때 나에게 해주는 말 40'은 크게 적어놓고 수시로 말해주고 싶어요. 소리내어 읽으면 나 스스로 위로하고 힘을 낼 수 있거든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붕괴'라는 단어는 애매모호하다. 아마 그래서 요즘에는 의료 전문가들이 더 이상 이 단어를 쓰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단어가 본질적으로 담고 있는 뜻을 알고 있다. 사전에서는 '붕괴 Breakdown'를 '기계적 고장', '관계 또는 시스템의 실패'로 정의한다.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붕괴뿐 아니라 저 넓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붕괴를 알려주는 여러 경고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굳이 집중할 필요도 없다.
우리 행성이 붕괴의 운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내 말이 야단스럽게 들릴 수도 있다.
...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을 잘 개조해서 다시는 세상이 우리를 붕괴시키지 못하게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27-28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