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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 상상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0
강인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은 인생명강 시리즈 열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은 고고학적 관점에서 한민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부분 학창 시절에 배웠던 내용은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었는데, 최근 연구들을 보면 단일민족이나 순수혈통은 한낱 판타지였음이 드러났어요. 한국인의 DNA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 혈통이 섞여 있고, 구성비가 작긴 하지만 몽골 등 북방민족 혈통도 들어 있다고 해요. 토종 한국인, 단일 민족은 없다는 뜻이에요. 한국, 중국, 일본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큰 줄기에서 만나게 된다는 거죠.
저자는 한민족의 기원은 좁은 남한이 아니라 넓은 유라시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대세이며,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역사의 흐름을 공유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우리는 결코 하나가 아니었고, 고립된 적도 없었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금까지 살아온 거예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지금의 우리를 정의할 수 있는 한반도의 성장 과정을 네 개의 주제로 하나씩 풀어내고 있어요.
고조선으로 대표되는 만주의 청동기 시대,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문화, 동해안을 따라 이루어진 교류의 루트, 마지막으로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DNA 연구에 새겨진 기원에 관한 고고학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고고학이 밝혀낸 고조선의 명품은 모피, 음악은 하프, 음식은 젓갈이며 한 무제가 고조선을 침공했을 때 수많은 고조선의 문화가 중국으로 건너갔을 거라고 하네요. 이러한 고고학적 유적을 보면 고조선인들의 삶도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어요. 고조선 시대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지리적 조건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고조선은 세계사적인 보편성과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인 환경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등장한 한반도의 첫 번째 문명이었어요. 유물 한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고고학은 그 숨겨진 사연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현재 중국은 역사 왜곡으로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중국의 전유물로 조작하고 있지만 환동해의 한국 고대 문화를 증명하면 중국 중심의 역사관에서 탈피해 새로운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어요. 저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 중에 옥저와 읍루를 언급하고 있어요. 북방 지역에서 고고학 자료가 다수 발굴되면서 옥저와 읍루가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사의 일부였음을 증명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아픔이 남한 위주의 역사관으로 굳어졌지만 옥저와 읍루를 다시 보는 것으로 우리 역사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출발점이 될 것 같아요. 저자의 말처럼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고 두만강을 따라 유라시아로 갈 수 있는 날이 열린다면 옥저는 고대의 잊힌 역사 아닌 유라시아로 가는 길목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되겠지요. 환동해 지역은 척박한 땅에서도 자신들만의 문화를 길러내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사람들의 빛나는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 이렇듯 숨겨진 역사를 밝히는 일이 한반도의 기원을 찾아가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어요.
고고학에서 고대 인류를 파악하기 위해 DNA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건 약 30년 전인 1980년대부터라고 해요. 2022년 노벨 생의학상은 스웨덴의 생물학자 스반테 파보가 수상했는데, 그는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시기에 시베리아에 살았던 데니소바인의 존재를 동굴에서 발견된 어린 소녀의 손톱만 한 뼈조각에서 DNA를 추출해 증명했어요. 파보 박사가 창시한 고게놈학은 고대인 게놈 분석을 통해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전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한국에서 인골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한국인의 DNA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네요. DNA를 활용한 인간 기원 연구는 역사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해요. 이 책은 우리에게 고고학 연구가 지닌 가치와 의미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새롭고 놀라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