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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가지다
주연화 지음 / 학고재 / 2022년 11월
평점 :
올해 한국에서 프리즈 아트페어가 개최되었어요.
문화예술계의 핫 이슈인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했다는 점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프리즈 서울 2022 를 통해 알게 됐어요.
《예술, 가지다》 는 미술 시장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에요.
저자는 예술과 자본의 만남을 조율하는 갤러리스트이자 디렉터로서 활약해왔다고 해요. 한국 작가의 국내외 시장 개척, 자품 판매와 프로모션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작가들과 이들을 연결할 컬렉터를 만나면서 미술계를 움직이는 다양한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일했던 최근 20년이 국제 미술계가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고 하니, 누구보다 지금의 미술 시장을 가장 잘 알려줄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은 아티스트와 갤러리, 컬렉터라는 미술 시장의 중심축 사이에서 예술의 미학과 돈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서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미술 시장을 알기 위해서는 예술의 가치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전형적인 예술 혹은 예술가의 개념은 18세기 말, 19세기 초에 나타났고, 이 시기의 예술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그림과 조각을 뜻했어요. 그런데 현대 미술의 아버지 마르셀 뒤샹이 '레드메이드 ready-made' 개념을 끌어들여 '작가가 만든 것'이라는 예술의 기본 정의를 전복시켰어요. 뒤샹의 변기는 작가의 손으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선택한 것도 작품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며, 이를 현대 미술의 시작으로 보고 있어요. 결과물보다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뒤샹 이후 현대 미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된 거예요. 따라서 현대 미술 작품을 산다는 건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작품이 지닌 메시지와 개념을 구매하는 것임을 먼저 생각해야 해요. 예술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미술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작품도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최근 환경과 소수자 이슈가 미술계 주요 담론이 되면서 과거에는 이중으로 소외를 겪었던 흑인 여성 작가들이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고 하네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자본만능주의라서, 여러 다양한 가치 가운데 미술 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건 금전전 가치예요. 금전적 가치만으로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요. 미술품 수집이 투자로 연결되는 것은 부의 증대와 문화 욕구 상승이 결합해 자연스럽게 발생한 현상인데, 결과적으로는 미술 시장의 규모가 확대되었고, 단기적으로 작품 가격에 거품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해요.
글로벌 아트페어는 다양한 국가의 여러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초대형 미술 시장 쇼룸이에요. 아트페어는 주최자가 작가, 갤러리, 페어 전문 회사 등 다양하고, 동시대 국제 아트페어 가운데 첫손으로 꼽히는 아트바젤은 갤러리 연합이 개최하며, 프리즈 아트페어는 런던의 미술 잡지인 《프리즈》가 주관해요. 한국에서 가장 큰 아트페어인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가 개최해요. 누가 주관하든 아트페어에 비용을 지불하고 부스를 만들어 고객을 맞이하는 주체는 갤러리라는 점, 그래서 아트페어는 갤러리의 이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아트페어는 개별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작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하네요.
최근 미술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메타버스와 NFT 인데, 일반인들에게 NFT 는 미술 작품이 아닌 투자의 성격이 강한 것 같아요. 실제로 NFT 아트의 주요 구매층은 기존 아트 컬렉터가 아니라 가상화폐 투자자들이에요. 지나치게 금전적 가치만 우선시하는 것은 미술품뿐 아니라 모든 시각 창작물이 지닌 다양한 가치의 핵심을 놓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술 시장의 흐름과 미술의 가치를 되짚어보며 더 나은 시장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요. 새롭게 등장한 작품의 특징과 높은 가격 뒤에 숨은 욕망을 가려내는 분별력이 건강한 미술 시장을 만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