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외교 -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27가지 풍경
안문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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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자리에 음식이 빠질 수는 없죠.

일상의 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 관계에서도 음식을 활용한 음식 외교가 큰 역할을 해왔어요.

언론을 통해 전해진 음식 외교가 종종 이슈가 되어, 대중들에게 인기를 끄는 음식이 되기도 했었죠.

《식탁 위의 외교》 는 음식이 수놓은 세계사의 스물일곱 가지 풍경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 관계와 세계외교사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어렵고 딱딱한 세계 외교와 현대 세계사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외교 사절을 진수성찬으로 대접하는 관례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실제 외교 현장에는 늘 음식 이야기가 따라다닌다고 해요. 과연 실제 외교 현장에서는 식탁을 어떻게 활용했고, 음식이 어떤 맥락에서 외교의 윤활유가 되었을까요. 바로 그 식탁 위 외교 이야기를 여섯 가지 파트로 나누어 들려주고 있어요.

달콤한 외교, 깊은 풍미의 외교, 스토리가 있는 음식 외교, 역발상 음식 외교, 씁쓸한 외교, 독한 맛 외교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정상과 관련된 일화들이 등장하네요. 크게 보면 음식 외교가 윤활유가 되었거나 정반대로 독이 된 경우라고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탈레랑의 음식 외교인데, 그는 빈 회의에 패전국 프랑스 외교관으로 참석했으나 최고의 요리사 카렘을 대동하여 달콤한 디저트 음식들로 각국 대표들을 매료시키는 전략을 썼어요. 탈레랑 자신이 대단한 미식가였기에 좋은 음식을 활용한 회담 전략을 세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패전국 프랑스는 승전국 못지 않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실패 사례로는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가 주최하는 관저 만찬을 들 수 있어요. 이때 참석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첫 번째로 나온 연어 회를 먹고 5분간 졸도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다음 날 협상에서 일본은 불리한 조건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고, 미국 언론에서는 부시가 음식을 토하며 쓰러지는 장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재선 실패의 요인이 되었다고 하네요.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옥류관 냉면이에요. 평양냉면이 남북 정상회담 만찬 메뉴가 된 이유는 김구 선생과 관련이 있어요. 황해도 해주 출신의 김구 선생님이 스물세 살에 평양에 가서 냉면을 맛본 적이 있는데, 49년 만에 통일 임시정부 논의를 위해 평양을 방문해 평양냉면을 먹은 일화를 문재인 대통령이 북측에 제안하면서 정상회담 식단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만찬 행사 장면을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머지 않았다는 기대를 했는데, 지금은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네요.

저자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와 함께 누구와 식사를 하느냐도 사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어떤 음식을 누구와 함께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취향을 넘어 정치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그러니 대통령의 관저 만찬은 개인적인 활동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인 거죠. 음식은 죄가 없지만 외교 현장과 정치 무대에서는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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