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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의 인문학 - 아주 사소한 이야기 속 사유들
박홍순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1월
평점 :
시끌벅적 떠드는 사람들,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요.
카페, 식당 등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여기저기 수다의 향연이 펼쳐져요. 사람마다 수다에 관한 생각이 다를 거예요.
쓸데 없는 잡담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 경우는 수다를 떨면서 친밀감이 쌓이는 편이라서 수다 긍정파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수다는 행복지수를 쭉 끌어올려주는 효과가 있어서 수다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바로 끌렸네요.
《수다의 인문학》 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 속 사유들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수십 년간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인문학으로 안내하는 일을 해왔다고 해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채울지를 고민하다가 큰 이야기 만큼이나 작은 이야기도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대요.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남긴 "한 알갱이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우주를 본다" (6p)라는 문장을 떠올렸고, 한 알의 모래 속에 세계가 있듯이 일상에서 접하는 작은 이야기를 통해서 그 안에 녹아 있는 삶, 더 나아가 인간과 사회로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냥 흔한 수다로 즐기느냐, 좀 더 진지하게 철학적인 탐색으로 나아가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요즘 한국에서 먹방(먹는 방송)은 국민적인 문화 현상일뿐 아니라 전 세계로 뻗어나가 한류의 큰 축을 이루고 있어요.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먹방을 비롯한 한국단어 26개가 추가될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가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어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류의 인기가 아니라 우리가 먹방에 열광하는 심리예요. 식욕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과도하다면 뭔가 다른 부분이 억압된 결과일 수 있어요. 저자는 한국인들이 수면욕과 성욕이 억압된 상태에서 허용된 본능이 식욕 하나뿐이라서 그 심리가 먹방문화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술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잡담 안주가 정치 이야기인데, 그 정치와 맞물려 있는 음모론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어요. 음모론의 대중적 유포는 항상 그 주장을 대규모로 퍼뜨리는 매개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대중매체가 그 역할을 맡고 있어요. 놀랍게도 우리 정부는 특정 언론을 배제하다 못해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어요. 언론이 공정 대신 권력을 지향한다면 그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겠지요. 저자의 말처럼 음모론은 지적인 게으름과 상업주의가 만나는 곳에서 형성되고, 정치는 곧 삶과 생활의 문제이므로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감시하지 않으면 부패할 수밖에 없어요.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의 말도 무조건 수용할 게 아니라 따져보는 비판의식이 필요해요. 결국 일상의 잡담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 인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어요. 수다는 곧 여론, 커뮤니티 빅데이터인 거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