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만나자
신소윤.유홍준.황주리 지음 / 덕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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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만나자》 는 서른다섯 명의 저자들이 들려주는 인사동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의 인사동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인사동은 한국 전통문화와 문화 예술의 중심지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거예요. 바로 그 점이 인사동을 추억하고, 사랑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인사동을 사랑한 예술가들과 곳곳에 숨겨진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맨 첫 장에는 인사동 지도가 나와 있어요. 갤러리, 고미술, 한지·필방·표구, 공예, 카페와 식당, 복합문화공간이 표시되어 있어서, 인사동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아요. 그러나 단순히 인사동 나들이를 위한 안내서라기 보다는 인사동의 역사를 담아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그래서 서른다섯 명이 들려주는 인사동 이야기를 통해 진짜 인사동이 지닌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의 인사동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면서 골목의 풍경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에 과거의 낭만을 찾아보기는 힘들어요.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인사동을 공감할 수 있는 세대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추억할 텐데, 저는 그 세대는 아니지만 인사동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불과 몇 년 사이에 갈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거든요. 투박하고 낡은 골목길은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과 카페가 자리한 인사동, 그곳엔 시와 그림과 조각들이 있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 새롭게 진화하는 거라고... 지금의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들의 마음이겠지요. 아무런 인연은 없지만 제 머릿속에 인사동은 천상병 시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공간이에요. 사람들마다 주장은 다르지만 천상병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1985년 작은 찻집 '귀천'을 인사동에 열면서 인사동 시대가 열렸다는 얘기에 끌렸거든요. 옛날 그 귀천 찻집은 아니지만 새롭게 단장한 귀천 카페에는 시인의 초상화와 시가 걸려있다고 하네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한때 인사동 골목을 걸으며 혼자 낭만에 취했던 시간들은 너무 짧지만 이런 제게도 인사동은 아쉬움과 그리움의 공간이니, 저자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싶어요. 마음의 고향이라고, 괜시리 어슬렁거리고 싶은 예술과 전통의 거리라고, 저마다 인사동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 '내 친구'라는 표현이 좀 뭉클했어요. 옛 친구, 딱 그 느낌이랄까요. 그립다, 보고 싶다, 친구야...




귀천(歸天), 자그마한 몸에 조용한 귀천의 안주인 목순옥 여사,

역시나 작았던 키의 천상병 시인과 민병산, 채현국 등 그의 친구들,

조그만 공간 귀천은 몇 개 안 되는 테이블에 따뜻한 모과차와 막걸리,

천진한 웃음과 시어(詩語)와 욕심 없는 마음들로 가득찬,

그 어느 곳보다 넓고 큰 자유의 공간이었다.

내 친구 인사동과의 본격적인 교제는 이십 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985년경, 그때의 인사동 골목은 '귀천'으로 향하는 길이었고

그곳은 시인과 환쟁이와 문학의 언저리를 기웃거리던 이들의 5,6평짜리 해방촌이었다.

(224-225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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