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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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행 가방을 쌌어, 레니. 분명 너도 잘했다고 하겠지?" (496p)



《레니와 마고의 백 년》 은 매리언 크로닌의 장편소설이에요.

인간의 삶에서 백 년이라는 시간은 길고도 짧은 것 같아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두 가지가 있었대요. 크로노스는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인 시간을 뜻하고, 카이로스는 기회를 잡거나 결단을 내리는 주관적인 시간을 뜻해요. 우리가 평소 시계를 보며 무언가가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그 양적인 시간이 크로노스이고, "이제 갈 때가 되었다"라고 말할 때 생각하는 질적인 시간이 카이로스예요.

이 소설의 주인공은 시한부 병동에서 만난 열일곱 살 레니와 여든세 살의 마고예요. 두 사람의 나이를 합친 백 년 동안의 기억들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요. 이 특별한 이야기가 주는 감동은 우리에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인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열일곱 살과 여든세 살 사이 그 어디쯤 나이일 텐데,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말고 의미 있는 시간이 언제인지를 떠올리는 계기가 될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른 누군가에 물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저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하면 돼요. 삶의 시작과 끝, 그 가운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선택할 수 있어요.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별처럼, 레니와 마고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레니는 달리는 것과 달아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레니가 자꾸만 달아나면 다른 곳에 갈 기회를 박탈하겠다고 말했어요. 병원 문을 나서지만 않으면 그건 달아나는 게 아닌데, 레니는 한 번도 그런 적은 없거든요. 병원 이곳저곳을 달리다가 짙은 자주색 가디건을 입은 노부인 마고를 만날 수 있었다고요. 만약 얌전히 누워 있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요. 숱한 우연 속에 놀라운 인연이 숨겨져 있다면 그 어떤 우연도 허투루 여길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 중요한 건 우리가 카이로스를 자각하며 이 순간을 값지게 살아내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나도 곧 죽을 거야."

"어떻게 생각하면 넌 죽어가는 게 아니야."

"아니라고요?"

"그래."

"그럼 저 집에 가도 되죠?"

"내 말은, 지금 죽어가는 건 아니라는 뜻이야. 사실, 지금 넌 살아가는 중이야." (69p)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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