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양세화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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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행복한 꿈을 꿀 때가 있어요. 꿈속에서 뭔가 기분 좋은 일이 벌어져서 눈 뜨고 싶지 않은 순간이랄까요.

연기처럼 사르르, 잠에서 깨고 나면 모두 사라져 버려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꿈 꾸는 듯 즐거웠어요. 물론 꿈 같은 이야기라는 이유도 있지만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을 찾았거든요.

주인공 도담은 우연히 자신의 지갑을 주워준 친절한 남자를 만난 짧은 3초 뒤에 그 남자가 들어간 골목으로 따라갔어요.

가볼까, 말까를 고민할 새도 없이 발이 먼저 움직였어요. 그 길은 분명 겨울인데도 봄 날씨처럼 따뜻하고 푸근했어요. 홀린 듯이 걷고 또 걸어가다가 그 세계로 들어갔고, 순간 본능적으로 '신비롭고 감정이 넘쳐나는 곳'이라는 것을 직감했어요. 이상한 세계에 들어온 두 번째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신의 자취방이었어요. 그냥 꿈을 꿨던 건가 생각하며 창문을 열었더니 밖은 꿈속의 그 세상이었어요.


"안녕하세요. 도담 씨. 저는 이곳 '감정적'의 관리자입니다. 

관리자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아... 네."

"이 건물은 이곳의 유일한 회사이자, 감정을 실체화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우리는 '감정적'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 사는 모든 사람은 '감정적'에서 일할 수 있고,

감정 에너지가 실체화된 별사탕을 받을 수 있습니다." (17-18p)


도담은 '감정적'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저 너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감정적' 상황에 놓이면 감정 에너지가 응축된 감정 덩어리인 별사탕이 되도록 돕는 일을 하는 거예요. 그 별사탕이 이 회사의 수입원이에요. 감정 표현이 억제된 현대인들이 쉽게 감정을 표현하도록, 감정 증폭제라는 별사탕을 넣어주면 더 많은 별사탕을 얻을 수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도담은 왜 이곳에 오게 된 것일까요.

그건 도담의 감정이 비어 있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저 너머 세계'에서 감정이 비어 있는 사람만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거래요. 도담은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비었던 마음을 조금씩 채워가게 되는데...

다양한 색깔의 별사탕이 감정 증폭제라는 설정이 재미있어요. 건빵에 들어 있는 별사탕이 떠오르면서 매우 적절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분기 하나 없는 건빵에 목이 메지 않도록 해주는 별사탕의 효과처럼 감정이 메마른 사람들에겐 달달한 별사탕이 제격인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 소설 자체가 별사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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