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엘리 위젤 지음, 김하락 옮김 / 예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살아 남은 자의 기록, 나이트

유태인들이 겪은 끔찍한 일들이 적혀 있다. 읽으면서 예전에 봤던 엘리 위젤의 작품이 떠올랐다.

인간으로서는 최악의 극한 상황을 겪은 그가 말한다. 어제 침묵한 자, 오늘도 침묵한다. 그러나 자신은 침묵할 수 없기에

증언하는 것이라고. <나이트>는 그가 쓴 첫 작품이기에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유태인 대학살은 그들이 증언하기 전에는 차마 상상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어떻게 같은 인간끼리 그토록 잔인할 수 있는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역사적 사건과 증언, 기록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다시는 그러한 역사

적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각성이 필요하니까.

굳은 신앙으로 생활해온 그들도 너무나 지옥같은 상황에서 절망하며 하느님을 찾다가 결국은 하느님을 놓아버렸다.

엘리 위젤은 그당시 15살 소년이었다. 꿈많고 순수했던 소년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었을 것이다. 아우슈비츠에 갇혀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눈 앞에서 불구덩이에 던져지는 가족, 친구, 이웃들을 보며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

었겠는가. 소름끼친다. 인간의 잔인한 악마성.

얇은 책 한 권으로는 담을 수 없는 심정을 그는 글로 썼다. 그의 글은 역사적 증언이었다. 인간적으로 볼 때 끔찍한 비극은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고, 더군다나 글로 남기는 것은 또 한 번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가 증언한 것은

역사적 심판을 위한 것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읽는 사람도 괴로운데 그 상황을 겪은 사람은

어떠했을까를 생각하니 맘이 아프다. 그리고 우리의 아픈 역사가 떠올랐다. 일제 시대에 고통받았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유태인들은 역사적 증언을 통해 많은 나치군을 처벌했다고 들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친일파를 제대로

처벌한 적이 없다. 오히려 친일파 후손들이 자기네 땅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할 정도로 염치없는 나라다. 부끄러운 일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고 바로잡을 사람은 바로 우리다.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제대로 풀 수 없는 우리 나라 속에 무심했

던 내가 있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마음이 착잡했다.

역사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 지를.

인간의 죄악으로 무참히 짓밟힌 수많은 이들을 애도하며 우리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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