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
이지연 지음 / 엔씨소프트(Ncsoft) / 202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사가》 는 이지연 작가님의 그림책이에요.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설레기 때문이에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선물 상자를 열기 직전의 마음이랄까요.

일단 이 책은 길쭉해요. 앨범처럼 케이스가 있지만 반쯤 넣어져 있어요. 자세히 보면 까만 뭔가가 보여요.

앗, 개미! 개미들이 줄지어 가고 있어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어라? "이사 가"라는 제목 위에도 개미들이 있어요. 책표지를 넘겨보니, 개미들이 자음과 모음을 따로 떼어서 영차영차 옮기고 있어요.

책이 왜 이리 길쭉한가 했더니, 개미들의 대이동을 따라가기 위함이었네요. 책장을 넘기면 다음장과 이어져 있어서 파노라마처럼 쭈욱 길게 펼쳐져요. 계속 펼쳐서 쭈욱 늘여 놓으면, 진짜 길고 긴 개미들의 여정을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다양한 그림책, 팝업북을 봐 왔지만 《이사가》는 제목과 내용이 백퍼센트 일치하는, 매우 정직한 그림책인 것 같아요.

그림을 계속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개미들이 꼬물꼬물 줄지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더듬이를 세우고 앞으로 앞으로~

풀밭을 지나 높이 솟은 뭔가를 오르고 다시 아래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를 지나서... 아, 알았다! 삽이 보이네요. 삽을 넘어서 계속 가면, 으악! 닭이랑 눈이 마주쳤네요. 얼른 도망가야지, 빠르게 움직이는 개미들은 저 멀리 가고 있어요. 에구머니나, 신발에 밟힐 뻔 했네요.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드디어 개미집 속으로 우르르 몰려들어가네요.

마지막 장을 펼치니, 그동안 지나온 길들이 한눈에 환히 보이네요. 공중에서 내려다보니 땅 위에 개미들이 아주 작은 까만 점 같아요. 까만 점들이 콕콕콕, 그 점들을 따라가보니 이쪽 집에서 저 멀리 집까지 이사를 했던 거네요. 처음에는 개미들만 보여서 몰랐는데, 개미들의 시점에서 주변을 묘사한 그림들이라 부분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엄청 크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왠지 지도를 축소했다가 확대해서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똑같은 풍경인데도 누구의 시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세상이 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개미들의 대이동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라서 "이사 가"라는 제목 외에는 글자가 전혀 없어요. 글자가 없는 그림책이라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억지로 뭔가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보여지는 그대로 느끼면 되니까요. 무엇보다도 책을 잡고 있는 손끝, 만져지는 종이의 질감이 참 좋아요. 한지, 닥종이의 까실까실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기분 좋아서 자꾸만 쓰다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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