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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 20세기 한국사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이름들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1월
평점 :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은 20세기 한국사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이름들을 소개한 책이에요.
우리가 배웠던 역사적 인물은 까마득한 과거 속 인물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스물여섯 명은 지난 한 세기부터 현재까지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저자는 이들을 '한낮의 태양처럼 강렬하고 뜨겁진 않지만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은은하게 반짝이는 사람들'(5p)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지금 누리는 성숙한 제도와 풍요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주역이자, 일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앞선 곳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한 존재들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예술 문화 분야의 인물들이야말로 K-컬처, 한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데, 세계 최고 조선 제일의 무용수 최승희, 신여성 김향안, 20세기 한국 화단의 최고 스타 천경자, 천재 시인 기형도, 한국의 영원한 마돈나 김추자, 자유를 외치던 한국 최초의 히피 가수 한대수, 한국 농구의 여왕 박신자, 조선 최초 걸그룹 센터 홍청자, 데뷔 45년차 신인이라고 말하는 음악가 김창완, 뮤지컬계의 대모이자 영원한 피터팬 윤복희는 그 이름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오는 스타들이에요.
한국 대중가요 역사상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한대수이며, 그는 노래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신이 직접 짓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대수의 등장으로 한국에도 기술자로서의 가수가 아닌 창작자로서의 가수가 탄생했어요. 그는 강렬한 상징과 날카로운 은유로 지배 질서와 치열하게 맞부딪혔는데, 1집 <멀고 먼 길> 앨범에 실려 있는 <물 좀 주소>와 <행복의 나라로> 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당시 독재정권 시대의 억압된 질서와 암담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어요. 책 속에 실린 1집 앨범 재킷을 보면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어요. 이에 대해 세상을 향해 "엿 먹어"란 메시지를 전한 거라고 밝혔다고 해요. 불의한 세상을 향해 날리는 한바탕 욕설이 시원하게 느껴지네요. 아티스트가 외치는 '자유'와 '행복'은 아름답지만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자유'는 추악하네요. 극빈층은 자유가 뭔지 모른다고 말했던 그에게 자유란, 가진 자만의 특권이었던 거죠. 자유를 노래했던 가수는 정직하게 자유를 추구하며 살고 있는데, 국제무대에서 자유를 21번 외친 이는 뭘 하고 있는 건지...
약자들의 편에 선 친구들로는 한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김동원, 늦깎이 인권 변호사 조영래, 한국 야구계의 영원한 불꽃 최동원, 조선 여자고학생들의 큰언니 정종명, 정의구현사제단을 만든 열혈사제 함세웅, 훈맹정음의 창시자 박두성, 흥남부두에서 9만 8천 명을 피난시킨 현봉학, 끝끝내 지켜야 할 아름다운 이름 전태일이 있어요. 시련을 견뎌낸 존재들로는 바이올린 마스터 메이커 진창현, 한국 음향 기술계의 소문난 괴짜 김벌래, 한국적 모더니즘 건축의 창시자 김중업, 조선 최고의 문화재 수집가 전형필, 대한민국 여성 희극인의 대모 김윤심, 한국 프로레슬링계의 풍운아 김일, 신(神)이라 불린 바둑계의 돌부처 이창호, 한국 현대불교계의 큰스님 성철 스님을 소개하고 있어요.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도 있지만 새롭게 알게 된 분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우리 안에서 영원히 빛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