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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으로 사는 삶 -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 2022년 한겨레 '올해의 책'
박정미 지음 / 들녘 / 2022년 10월
평점 :
참 신기했어요.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저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한대요. 요즘 유행하는 파이어족인가 싶었죠. 근데 아니었어요.
고정된 돈벌이를 하지 않고, 최소한의 소비만 하는 '자연인'이었어요. 우선 거주하는 곳은 시골 마을에서 집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빈집에서 살다가, 아빠의 고향 땅에 있는 작은 농막에 머물다가, 2021년 봄부터는 지리산 자락 외딴 숲속에 있는 오두막이에요. 먹거리는 동물 육류, 유제품, 바다 생명체를 먹지 않고, 도정된 곡류와 설탕, 가공되었거나 화학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을 먹지 않기 때문에 작은 텃밭에 자라는 자연식물을 섭취한대요. 태어날 때부터 채식주의자였던 게 아니라 한때는 술, 담배, 라면을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것들이 하나도 먹고 싶지 않아졌고, 요리 게으름뱅이라서 가장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자연식물식을 먹게 되었대요. 자연식물식의 장점은 먹거리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집세를 내지 않아도 전기를 쓰기 때문에 전기세는 내야 하고, 채소는 자급자족해도 두유와 사과, 견과류는 자체수급이 어려우니 사먹어야 하고, 오토바이 연료와 멍멍이들의 밥도 마련해야 해서 아주 가끔 돈벌이를 한다고 해요. 자신이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일거리가 늘 때맞춰 찾아와서 별로 불편함이 없이 잘 살고 있대요. 이러한 자연인의 삶을 살게 된 계기는 '0원살이' 여정 덕분이라고 하네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는 천사를 통해 사랑이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에서 다들 돈이라고 말하네요. 어떤 방식으로 사느냐는 자유지만 결국 돈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이죠. 저자는 여기에 과감히 도전장을 낸 거예요. 돈 없이, 돈을 사용하지 않고 생존해보겠노라~
2013년 10월, 워킹홀리데이로 런던에 갔고, 그해 12월 직장을 구했으나 밤샘야근을 해야 하는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해요. 직원을 노예부리듯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상사에게 맞짱 뜨고 때려쳤다면 속이라도 후련했을 텐데, 2014년 추운 봄 해고 통보를 받고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으니 왈칵 눈물이 쏟아지고 앞날이 막막했다고 하네요. 가진 돈이 다 떨어지면 내 삶도 끝이라는 절망에서 오싹함이 분노로 바뀌었다가 그까짓 거
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대요. 이 책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약 2년간 진행한 '0원살이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왜 부제가 '나의 작은 혁명 이야기'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놀라운 혁명, 일명 무소비주의자의 여정을 통해 환경을 살리는 진짜 그린라이프를 만날 수 있어요. 미니멀라이프조차 버거워하는 주제에 무소비 여정은 어림도 없지만, 최대한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어요. '0원으로 살기'가 곧 영원(永遠)한 우주 속 인류 역사를 위한 '영적 여정'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