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심, 제주! - 한 걸음 더 제주 생활 문화 산책
이영재 지음 / 모요사 / 2022년 10월
평점 :
국내 여행지로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으면 주저 없이 떠올리는 그곳.
제주는 언제든 가고 싶은 곳이라서, 갈 때는 설레고 돌아올 때는 아쉬운 마음이 커요. 왠지 연인과 헤어지는 마음이랄까요.
우리, 언제 또 볼 수 있는 거니...
《진심, 제주!》 는 20년간 제주살이의 기억과 마음이 담긴 책이에요.
저자는 1996년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서울을 떠나 강원도 태백에서, 이후 강릉방송국에서 근무하다가 제주 발령을 요청하여, 2002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제주방송총국에서 일했다고 해요. 2021년 다시 강릉방송국으로 돌아와 기억 속 공간들과 새로운 이야기들을 모으는 중이라고 하네요. 현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Total Eclipse'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고 있대요.
이 책에는 며칠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들은 모르는, 제주의 속 깊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요. 원주민은 아니지만 20년간 제주에 터전을 내린 생활인이자 매일 제주의 소식을 전했던 아나운서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색다르고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책의 부제가 '한 걸음 더 제주 생활 문화 산책'이었네요. 단순히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가이드북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책이에요. 아름다운 풍경도 소개하지만 아프고 곪은 부분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지난 2012년 해군기지 조성을 이유로 강정마을의 상징인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었고, 평화롭던 강정마을 주민들은 갈등과 분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어요. 그간의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의 힘으로 강정의 평화센터가 세워졌으나 농협에 부지가 매각되어 헐렸고, 지금은 농막 형태의 강정평화센터가 자리하고 있다니, 너무 안타까웠어요.
제주를 여행하면서 늘 풍경에 감탄하지만 책 속 사진을 보고 경이롭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김영갑 작가의 제주 오름 사진들인데, 직접 사진을 감상하고 싶다면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가면 돼요. 한라산의 옛 이름이 두모악이래요. 우리는 지금 제주의 오름을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라보지만 그 오름이 제주 4·3 이라는 비극의 무대였음을 잊혀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중간산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살해 위협을 받은 제주인이 마지막으로 몸을 숨겼던 오름에서 무참히 살해되었다는 것을, 너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밝혀졌으니 그 묵직한 감정을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주를 여행지, 휴양지로만 생각하다가 가슴 아픈 근현대사의 현장이었음을 알게 되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그러므로 제주, 그곳에 가고 싶어요. 내년 봄에는 제주의 청보리밭을 거닐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