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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30개월의 범죄 기록 - 범죄학자와 현직 경찰의 대담(對談)한 범죄 이야기
이윤호.박경배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112 신고는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고 해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규칙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도 범죄와 범죄 신고가 끊임없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네요. 물론 뉴스를 통해 아동 학대, 가정 폭력, 성폭력과 같은 관계의 범죄가 증가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지만 이토록 심각한 수준인 줄은 몰랐어요. 새삼 이 책을 읽으면서 범죄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네요. 경찰이 해결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현재 경찰청 생명 안전지킴이(자살예방) 강사이자 112 신고의 최전선 현장인 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2020년 2월 1일부터 2022년 1월 31일까지 2년간의 112 신고 내용을 토대로 자료 분석을 하여 10개의 범죄 파일을 만들었어요. 이 책은 범죄 프로파일 10개를 주제로 하여 경찰인 저자가 묻고 범죄학자 이윤호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범죄 대담 일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우리가 접한 범죄 사건은 뉴스를 통해 접하는 사실 관계와 범죄 개요가 전부인데,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면 범죄 이면에 숨겨진 더 심각한 사회문제뿐 아니라 각자 관점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어서 우리 사회를 폭넓게 들여다보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나누는 측면이 강해서 범죄를 객관적으로 보게 만드네요. 아무래도 끔찍한 범죄 사건은 감정이 앞설 수밖에 없어서 제대로 문제를 분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러한 문제야말로 우리 모두가 함께 논의해야 할 것임을 깨닫는 과정이었네요.
최근 참사를 지켜보면서 이제껏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경찰과 소방관,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노고를 당연한 듯, 마치 슈퍼맨처럼 여겼는데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걸... 최선을 다했으나 살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우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어요.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이 책에서도 우리나라 경찰관들의 마음건강 문제에 대한 대담이 나오는데, 경찰관뿐 아니라 소방관의 자살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통계가 있어요. 일반인의 자살이 정신과적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경찰의 경우는 직장 문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하네요.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경찰관의 스트레스 문제는 공통된 문제인데 유독 우리나라 경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자살률이 매우 높다는 건 조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반증일 거예요. 그러나 현실은 독립적인 경찰권 확립은커녕 권한 축소,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지경이 되었으니 캄캄하네요. 저자는 조금의 희망을 품고 있다고 했는데, 2022년 11월 우리는 지금, 충격적인 참사로 인해 절망과 분노에 빠져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