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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아프리카 윤 지음, 이정경 옮김 / 파람북 / 2022년 9월
평점 :
누군가와의 우연한 만남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면 그건 운명이겠지요. 혹은 기적.
《우연하고도 사소한 기적》 의 저자인 아프리카 윤은 한국 할머니와의 운명 같은 만남으로 시작된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명한 사회활동가인 아프리카 윤은 6살 때 UN 주재 카메룬 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정착한 카메룬계 미국인이라고 해요. 이십대 시절 미국 슈퍼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할머니가 그녀에게 '뚱보'라고 부른 순간,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해요. 그 할머니는 모욕을 주려는 의도라기엔 몹시 친절하고 상냥한 말씨였고, 그녀의 손에 들린 버터크림빵을 낚아채더니 가게 사장에게 돌려주며 왜 얘한테 이런 빵을 주냐고 말했대요. 어쩐지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장면이죠. 한국 아줌마, 할머니의 오지랖! 근데 아프리카 윤의 태도가 놀라워요. 웬 참견이냐고 따진 게 아니라 가만히 있었대요. 왜냐하면 아프리카도 한국과 똑같이 연장자를 공경해야 한다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래요. 겉보기엔 거칠고 무례한 언행이지만 할머니의 진심, 그 따뜻한 애정을 느끼고 말았대요. 그때 할머니는 다른 곳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녀는 할머니를 붙잡고 물었대요. 이 빵이 몸에 나쁜거라면 자기는 뭘 먹어야 하느냐고. 그러자 할머니는 진심 어린 태도로, "한국 음식. 한식이 최고지!" (73p)라고 했대요.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한인 마트에 가서 채소와 과일을 한가득 구입했대요. 다시 또 만날 수 있냐고 묻는 저자에게 할머니는 일요일에 보자고 했대요. 바로 그날부터 비만 탈출의 길이 열린 거예요. 두 사람은 꾸준히 한인 마트에서 만났고, 할머니는 서툰 영어로 다양한 한식 재료와 한국 양념에 대해 알려주셨대요. 한국 할머니에게 배운 한국 스타일로 먹는 법은 당시 TV 에 소개된 비건 생식 다이어트와 완전 똑같았고, 한국인처럼 먹기를 실천했더니 살이 빠지기 시작해 50kg 감량에 성공했어요. 아프리카 윤에게 할머니는 구원자였고, 한식은 단순히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이 아닌 인생 푸드가 되었고, K- 푸드 전도사가 되었어요. 누군가는 불쾌한 경험으로 지나쳤을 우연을, 그녀는 인생을 바꾸는 기회로 만들었어요. 한국인과의 만남이 가져온 기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이 아니라 선량한 마음이 통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삶의 태도가 기적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힘든 고비를 겪을 때에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극복해낼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랑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왜 베풀어야 할까요?"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어떤 불의함에 대해 알았거나, 아니면 고통에 대해 알게 됐거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알게 됐다면 뭔가를 해야 하죠.
말씀하신 베푼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당신이 도우려는 사람들이 당신과 전혀 다른 외모를 가졌을 수도 있고, 당신의 이웃이 아닐 수도, 같은 인종이 아닐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돼요. 우리 안의 무언가가 우리의 눈을 그 사람들에게 향하게 한 거니까요. 그것은 당신 내면에 있는 그 무언가가 세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만약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의 알게 됨이라는 사건은 없었을 테죠."
그날 해리 벨라폰테가 한 이야기가 평생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그가 해준 말처럼 인생을 살려 했고, 덕분에 내 삶은 더 나아지고 좋아졌다.
UN 근방에서 자란다는 것. 그것은 내가 언제 누구를 우연히 만나게 될지,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가슴을 벅차게 하는 일이 늘 생겼고, 그것들은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53-54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