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오피스
말러리안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 밀어낼 때까지 버텨라."

드라마 <미생>의 대사인데, 많은 이들이 공감했더랬죠. 그런데 피튀기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런 선택지가 없는 것 같아요. 전쟁터나 지옥이나 고통스럽기는 매한가지니까요. 악마는 뿔 달린 괴물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위선적인 모습으로 괴롭혀대는 그들이 아닐까요. 탐욕스러운 위선자들의 민낯...

《블러드 오피스》 의 저자는 구차한 목숨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치졸한 전투와 시뻘건 피, 시체로 넘치는 마천루 사무실 한가운데서 어느 날 문득 작가로서 각성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소설은 우리나라 기업문화에 만연한 부조리, 불합리, 비정상적인 권력 구조를 소재로 삼고 있어요.

친한 회사 동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고, 누군가는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자살까지 하는데도 모르는 척,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묻어버리는 회사라면 이게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냐고 외치고 있어요. 그 비정상적인 상황을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은 적어도 양심, 염치가 있는 것인데 가장 인간다운 사람이 미쳐가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끔찍하고 괴롭네요.

저자는 스스로를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들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인, 흔하디 흔한 일이라는 게 문제겠지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야말로 유토피아, 신기루처럼 느껴지네요. 늘 그렇듯이 공정과 상식을 외면하는 이들이 가장 핏대를 세우며 공정과 상식을 떠들더라고요. 당연한 건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겠지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지만 아무런 기준 없이 달려간다면 그 길은 지옥으로 향하게 될 거예요. 시체가 나뒹구는 처참한 풍경, 그보다 더 끔찍한 욕망을 보여주고 있네요. 차가운 사무실의 생존자들, 블러드 오피스는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