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나 싶어요.

정작 중요한 건 죽음 그 자체보다 죽음이 남긴 의미인 것 같아요. 세상에 똑같은 죽음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각각의 삶이 있듯이, 삶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려면 결국 살아온 시간들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삶에서 죽음을 목격하고, 죽음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게 되나봐요.

요며칠 참담한 심정이었어요. 만약 그 거리를 걸었다면... 단지 그 시간 그곳에 없었다는 걸 안도할 수 없는, 끔찍한 진실 앞에서 힘들었어요. 믿을 수 없는 일이라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잖아요. 그냥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아버리기엔 너무 엄청난 일이 벌어졌어요. 진정한 애도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납득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는 아직 그날, 바다의 미스터리를 풀지 못했기에 그들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한 채 아파하고 있어요.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슬픔보다 커져버린 분노, 어찌해야 할까요.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스물한 살 와타루는 고향에서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길에 '꽃병(花甁)'이라는 이름의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게 되고, 자신과 같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사가와를 만났어요. 그는 와타루에게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 아르바이트를 제안했어요. 주로 고독사나 자살, 가끔 살인 사건이 났던 곳을 청소하는 일을 하면서 와타루는 다양한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고, 뜻밖의 사연들을 접하게 돼요.

과연 와타루는 뼈 있는 해파리가 될 수 있을까요. 사사가와의 아픔, 잠겨 있는 차가운 밤의 어둠 속으로 다가가 손을 뻗을 수 있을까요. 어설픈 감상에 젖어 있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타인의 아픔을 느끼는 것, 그 마음이 우리를 구원하는 게 아닐까요. 멀리 떠난 이들, 그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를 꼭 기억하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네요. 지금 여기, 이 땅에 벌어진 일 역시 지워야 하는 흔적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임을 일깨우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