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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평점 :
인생에서 우연이란 마법 같은 선물을 줄 때가 있어요.
어쩌다 선택한 것이 나중에 보면 결정적인 순간이었고, 운명이다 싶은 것이 있거든요.
예기치 못한 우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돌아보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책과 우연들》 은 김초엽 작가님의 첫 에세이집이에요.
이 책은 저자의 읽기 여정을 되짚어가며 어떻게 읽기가 쓰기로 이어졌고, 우연히 펼쳐든 책들이 어떤 변화를 이끌었는지를 들려주고 있어요.
제목을 보자마자 이미 공감했던 것 같아요. 제 경험을 미루어봐도 책과의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된 책 읽기 덕분에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고, 이 책까지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순수한 독자의 입장에서 소설가가 된 저자의 자칭 '불순한' 독서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글을 쓰는 일이 업이 되면 책 읽는 방식이 다를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그 구체적인 변화를 알게 되니 신기했어요. 쓰기 위해서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찾아 읽게 되면서, 불순한 독서가 뜻밖의 세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 의외와 우연의 영역들이야말로 불순한 독서의 즐거움이라고 하네요. 특히 한국소설의 독자가 된 2018년 전후가 마침 본격문학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서 좋아하는 동시대 작가들을 발견하고 신작을 열심히 따라 있는 성실한 독자가 됐다고 해요. 국내 소설가들의 SF소설로 장르에 입문하여 고전 SF 독서를 통해 장르의 역사를 따라가보는 일은 꽤 괜찮은 여정인 것 같아요.
SF 장르에 빠져든 이유는 SF의 밑바탕에 있는 태도가 좋아서라고, SF의 화자는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세계의 이상한 구석과 결함, 미지의 무언가를 마주할 때 그냥 도망치거나 넘어가지 않고 끈질기게 파고드는 태도가 SF의 근저에 있다고, 그래서 낯선 세계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SF로부터 배웠다는 설명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현대 사회의 탐험가란 어떤 영역이든 상관없이 그 세계를 점점 더 확장해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당장 우주선을 타고 날아갈 순 없지만 책의 세계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 직접 그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기존에 훌륭한 작품들부터 섭렵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일단 이 책부터, 김초엽 작가님의 은밀한 세계가 궁금한 사람들에겐 즐거운 여정이 될 거예요.
"결코 읽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눈길도 주지 않았던 책을 우연히 펼쳐드는 순간이 있다.
투덜거리며, 의심을 가득 품고,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그런 우연한 순간들이
때로는 나를 가장 기이하고 반짝이는 세상으로 데려가고는 했다.
그 우연의 순간들을 여기에 조심스레 펼쳐놓는다." (1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