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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 세상과 만나다
이강엽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8월
평점 :
옛날 옛적에 말이야... 입으로 구전되던 이야기들, 제가 어릴 적에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문학 수업에서 배웠던 고전문학은 대부분 시험 위주의 지식들이라서 흥미를 느낄 틈이 없었어요. 그동안 우리 것보다는 남의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살다가 최근에 놀라운 변화를 목격했어요. 스쳐가는 유행인 줄 알았던 한류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휩쓸면서 시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다방면에서 한류 콘텐츠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데, 정작 우리만 우리 것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류 콘텐츠의 뿌리는 우리 고유의 문화라는 점에서, 우리 것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고전문학이 궁금해졌어요.
사실 고전문학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친절한 안내자가 꼭 필요한 분야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고전문학을 꽃에서부터 호랑이까지 열가지 키워드로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반가운 교양서예요.
저자는 고전문학에서 중요한 키워드를 대략 60여 가지 찾아냈는데, 그 가운데 중요하다고 여긴 열가지를 뽑았다고 해요. 꽃, 가난, 선악, 변신, 사랑, 자연, 죽음, 하늘, 복, 호랑이가 그것인데, 고전문학 작품 속에서 핵심 주제를 이해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막연하게 알고 있던 작품들을 키워드별로 나누어 주제론적 접근을 해나가는 방식을 통해 심도 있게 받아들이고,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네요.
제 기준에서 흥미로운 키워드는 변신이에요. 우리 고전서사에서 <단군신화>처럼 신-인간-동물 세 축에서 일어나는 변신담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간-동물 두 축에서 일어나는 변신담이 더 많다고 해요. 《삼국유사》 <감통>편에 나오는 <김현감호>는 인간과 호랑이의 교감을 나오는데, <단군신화>와 다른 점은 하늘이 내려와서 교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만 관여한다는 점이에요.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괴물과 통정하는 일은 옛이야기에서 매우 흔한데, 웅녀가 사람으로 변신한 후에 온전한 사람으로서 환웅과 통정한 것과는 달리 처음엔 여우 혹은 호랑이인줄 모르고 통정했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호랑이 처녀가 김현을 설득하여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은 환웅과 웅녀가 단군을 낳아 고조선 건국을 하는 것과 결이 같지만 표면적인 이야기의 결말은 매우 비극적이에요. 호랑이 처녀는 본디 인간으로 변신하여 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호랑이의 모습으로 희생을 자처하는데, 이는 인간계와 동물계 양자 모두의 평온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저자는 호랑이가 창조자이며 동시에 파괴자라는 양면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변신을 통해 대립적 특성을 하나로 통합한 완전체로 나아갔다고 해석하고 있어요. 옛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준 대목이에요. 초자연적인 세계와 인간세계의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는 '변신'이라는 키워드는 신묘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민족이 가진 놀라운 창의력의 근원을 밝혀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호랑이의 변신은 곧 무한한 잠재력의 발현이라는 것을 우리 문학을 통해 발견하는 시간이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