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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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복수할지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들에게 죽음은 너무 과분했다.

... 그것들이 살아서 고통과 절망으로 무너져가는 것, 

그것이 나의 새로운 꿈이었다. (27p)


얼마 전 시사프로그램에서 아동성폭행범에 관한 내용이 방송되었어요.

이름도 언급하기 싫은 그 놈의 경우는 출소 후 의전급으로 관리 감독을 받고 있어서, 인근 주민들도 혀를 차면서 나쁜 놈한테 아까운 세금을 써야 하는 현실을 한탄하더라고요. 온갖 범죄자들이 있지만 아동성폭행범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어요. 매번 그런 놈들이 출소할 때마다 선량한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니 어이없고 분통이 터졌어요. 그 순간, 아주 찰나였지만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렸어요.

《어벤저 : 푸른 눈의 청소부》 는 최문정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끔찍한 범죄자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지만 딱 거기까지, 더 이상 그들을 응징할 방법은 없어요. 법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므로, 그들이 인간이 아님을 법적으로 증명할 방법은 없기에 인간의 탈을 쓴 악인들까지 법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이 소설은 우리가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어벤지, 푸른 눈의 청소부가 인간쓰레기를 청소하는 이야기.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니까, 이토록 독하게 응징하는 건 또다른 범죄니까, 어쩌구저쩌구 말해봐야 변명만 길어질 뿐이지만 모두의 분노와 원한을 되갚아준 청소부에게,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고마움보다는 미안함을 느꼈어요. 아니, 부끄럽다는 감정에 더 가까울 것 같아요.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고 분노했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건 준법정신이 투철해서가 아니었어요. 비겁한 이기심이 작동했던 거죠. 우리가 누군가를 불행으로부터 구해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뭔가 작은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거예요. 안타까운 건 사람들이 선의, 정의에 대한 믿음이 점점 옅어져간다는 거예요.

경찰인 민수와 희성은 청소부를 쫓고 있으나 그에 대한 생각은 정반대예요. 희성은 나쁜 놈을 응징한 청소부를 옹호하고 있고, 민수는 수단이 목적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무엇이 옳다고 따지고 싶진 않아요. 우리가 신경써야 할 건 괴물이니까요.


"함무라비법전은 똑같은 복수를 권장하려고 만든 법이 아니야. 피해 본 것은 더 심각하고 잔혹한 복수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복수도 범죄가 되는 거야. 한번 시작된 복수의 순환은 결코 멈추지 않아. 눈에는 눈이라고? 그런 식의 복수는 결국 온 세상을 눈멀게 만들 뿐이야. 어느 누군가가 복수의 순환을 끊어내지 않으면 온 세상이 파괴되는 거야.

... 나쁜 놈을 벌했다고 해서 선한 사람은 아냐. 그저 나쁜 놈보다 더 강한 놈일 뿐이지. 악에 맞서 싸운다고 해서 선이라고 착각하지 마. 오히려 더 거대한 악일 수도 있는 거니까."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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