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길들로부터의 위안 - 서울 한양도성을 따라 걷고 그려낸 나의 옛길, 옛 동네 답사기
이호정 지음 / 해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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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아요.

빠르게 변해가는 것들, 그래서 다시 볼 수 없는 것들이 떠오르는 요즘이에요. 허전하고 쓸쓸한 건 가을 탓이겠지요.

좁은 골목길, 단층 주택이 줄지어 있던 그 동네에서 거의 20년 가까이 살았으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장소인데, 지금 그곳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고, 골목길은 넓어져서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어요. 그게 참 아쉽더라고요. 분명 그 장소인데, 추억할 만한 것들은 먼지처럼 사라지고 만 거죠.

다행인 건 서울에는 아직까지 세월을 품고 있는 공간들이 남아 있다는 거예요. 이 책을 보자마자 반가웠던 건 옛길, 옛 동네 답사기였기 때문이에요. 더군다나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곳곳을 거닐었을 저자에게 이백퍼센트 공감을 느끼다 보니, 어쩐지 글을 통해 내적 친밀감이 쌓이고 말았네요.

오래된 길로부터의 위안.

제목만으로도 뭔지 알 것 같은 기분으로 책을 펼쳤고, 역시나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오래된 풍경만이 지닌 힘이 있어요.

저자는 한양도성을 따라 성북동 쉼터에서 와룡공원, 다산팔각정, 이간수문, 흥인지문, 혜화문, 최순우 옛집, 숭례문, 돈의문터, 인왕산 아래, 자하문고개, 윤동주문학관까지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듯이 답사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돈의문터에서 인왕산 자락까지 걸었던 길들, 옛 성문은 허물어지고, 언덕바지에는 복원된 성곽 자락만 겨우 남아 '새문'이라 불리던 흔적들과 박물관마을이 겨우 오래전 돈의문의 모습을 상기시켜 주었던 그때, 저자는 색다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요. 아이들과 하는 답사가 훌륭한 역사유적에 대한 지식을 쌓고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걷지 않았다면 결코 해볼 수 없었을 크고 작은 경험들을 아이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뭘 억지로 가르치려고 애쓰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의 눈높이에서 많은 것들을 흡수하고 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기억하는 건 뭘 봤느냐가 아니라 함께 했던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인 것 같아요. 함께라서 즐거웠던 시간들이 우리의 추억이 되는 거니까요.

책 속에 한양도성 답사 지도와 서울의 옛길, 옛 동네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 가을에 그 길을 거닐고 싶네요. 덕수궁 그 길이 코로나 팬데믹 전에 마지막으로 함께 갔던 곳이라서 더욱 추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많은 것들이 바뀌고 변해가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주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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