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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수많은 죽음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돼요.
매번 충격까지는 아니어도 안타깝고 슬펐어요. 단지 운이 좋았을 뿐,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런데 요즘 들어 마음 자세가 바뀌고 있어요. 그동안 타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감정의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는 서서히 받아들이고 준비해야겠다는 자각이랄까요. 인간의 몸은 신기하게도 세월이 새겨지듯, 나이듦을 인지하게 해줘요. 죽음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을 모른 척 하기엔 달라지는 몸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신경쓰게 된 것 같아요. 언젠가는 오고야 말 그것.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는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에요.
섣달 그믐날 밤, 호텔에 모인 세 명의 노인은 엽총으로 자살했고 뉴스에서는 세 사람 다 80대라는 것과 현장에 유서가 남겨져 있었다는 내용만 전하고 있어요. 뉴스를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지만 그 충격과 기억은 빠르게 잊혀지고 말겠죠. 그러나 그 세 노인과 깊이 연관된 사람들은 장례 절차를 치르면서 고인을 떠올릴 수밖에 없어요.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생과 사의 경계는 더욱 명확해지고, 살아 있기에 남겨졌다는 인식은 뚜렷해지는 것 같아요. 자살은,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세상 일이 그러하듯이, 늘 예외는 있는 법이죠.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온전한 정신으로 직접 쓴 문장, 이러한 유서를 남겼다면 유족들도 토를 달 수 없어요. 그 점이 일반적인 죽음과의 차이인 것 같아요. 죽음을 애도하는 건 떠나간 사람을 향한 마음인데, 스스로 생을 끝낸 경우는 똑같은 마음일 수가 없는 거죠. 오히려 남겨진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무거운 짐을 건네는 거라고 생각해요. 혼자 훌훌 떠나고 싶다면 살아 있는 동안 아무도 사랑하지 말고, 아무도 모르게 갔어야죠.
에쿠니 가오리는 모두가 지나쳤을 작은 것들에 집중하고, 그 이면의 것들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내는 탁월한 작가인 것 같아요. 이 소설에서는 세 노인의 죽음이 아닌 그들의 삶과 인연,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결국 우리는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므로, 죽음이라는 사건조차도 삶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오늘을 살아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