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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평점 :
과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느낌표(!) 하나로 답을 대신할 것 같아요.
놀랍고 경이롭다는 말로는 부족하기에 느낌표를 붙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이라고 표현해야 될 것 같아요. 사실 제게 있어서 과학의 세계는 늘 입구에서 살짝 들여다보는 분야라서 비교적 쉽게 설명된 대중 과학서를 찾게 되는데, 이번에는 두 가지의 주제가 눈길을 끌었어요. 미생물과 우주.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는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관한 책이에요.
미생물의 세계을 마주하니, 어린왕자가 생각났어요. "그럼 비밀을 가르쳐 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라고 말했던 어린왕자는 보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임을 알려주었어요. 마음의 눈이 아닌 현미경으로 봐야 확인할 수 있는 미생물도 마찬가지예요. 세균과 바이러스처럼 나쁜 병균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인류와 우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서 접근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그만큼 미생물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그 가치를 몰라봤던 거죠.
이 책은 미생물에 대한 천문학자와 생물학자의 대화로 시작되고 있어요. 먼저 생물학자 헬무트 융비르트가 천문학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에게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이 어떻게 미생물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를 묻고 있어요. 천문학은 전 우주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문이라 모든 것을 다룬다고 답하네요. 각자 다루는 대상이 다른 줄 알았는데, 하늘의 별만 우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미생물도 또 다른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이야기하네요. 한 사람의 신체 안에 있는 세균 수만 해도 100조 개에 이르는데, 이건 마치 우리 은하에 있는 별 개수의 500배에 해당하는 수라고 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균의 총 개수가 관측 가능한 온 우주의 별보다 더 많다는 거예요.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온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하려면 이 작은 생물체를 간과할 수 없다는 거죠. 또한 지구를 오늘날과 같은 행성으로 만든 것도 미생물이고, 인류의 역사를 비롯한 지구 환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삶의 근간이 미생물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주제예요. 그래서 두 과학자는 수많은 미생물들 중에서 재미있고, 우습고, 특이하고, 신기하고, 인상적인 미생물 100개를 뽑아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세계 최초로 미세한 세균의 존재를 현미경으로 확인한 사람은 네덜란드 자연 연구가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며 그 시기는 1676년이라고 해요. 거의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치아 위생에 신경썼던 사람이라서 입 안의 백태를 현미경으로 관찰했고, 그의 말을 빌리자면 "매우 활발히 움직이는 아주 작은 살아 있는 동물들" (30p)을 관찰하여 세밀하게 기록했던 거예요. 그 세균의 정체는 마이크로코쿠스예요.
인간에게 무해하거나 오히려 도움이 되는 미생물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공포가 커진 건 사실이에요. 현재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가 해제되면서 엔데믹(풍토화)으로 가는 추세인데, 이는 바이러스가 영원히 사라지는 종식은 불가능하며 새로운 변이가 수없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따라서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달라질 필요가 있어요.
인간이 생존하려면 몸속의 다양한 미생물과 공생해야 하므로, 우리 안에 살며 모든 면에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세균과 다른 미생물들을 합친 존재로서 봐야 하는데, 미국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는 이것을 '전생명체 holobiont' 라고 표현했어요. 전생명체 혹은 통생명체의 관점에서 인간은 수많은 미생물들과 함께 평화로운 공존을 할 때에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요. 인류의 위기는 바이러스 탓이 아니라 온전히 인간의 잘못으로 야기된 결과라는 것이 더욱 확실히 보이네요. 극한의 조건에서도 살아남은 미생물을 통해 우리 역시 공존과 생존의 전략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우리 인간의 시간은 얼만큼 남아 있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