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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창해 정란 - 조선의 산야를 누비다
이재원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2년 10월
평점 :
《창해 정란》 은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창해 정란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조선 최고의 화원이었던 단원 김홍도에 관한 책을 저술하다가 우연히 조선의 대표적인 여행가이자 산악인 창해 정란을 알게 되었다고 해요.
아무래도 역사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인물이 현장에서 느꼈을 소신과 감회를 픽션으로 되살렸다고 하네요. 조선 시대에 팔도를 유람하던 이들은 많았지만 여행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은 정란이 유일했을 거라고 이야기하네요.
책 속에 수록된 옛 그림들을 보면 산 정상에 올라가야 볼 수 있는 풍경들이 펼쳐져 있어요. 지금이야 높은 산들도 길이 만들어져 있고, 케이블카도 설치되어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조선 시대에 험한 산을 올랐다는 건 대단한 모험일 수밖에 없어요. 히말라야를 오르는 산악인들은 죽음을 무릅쓰며 오르고 또 올라 기어이 정상까지 등반하려고 하는데,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은 "왜 오르냐"라는 질문을 하곤 해요. 솔직히 산악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순 없지만 그들을 향한 질문은 "왜"가 아니라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험과 도전 앞에 이유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들에겐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뭔가가 있어요. 성취감일 수도 있고, 완벽한 쾌감일 수도 있는데, 그게 뭔지는 직접 경험한 자만이 누릴 수 있기에 우리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에요. 세상은 늘 그렇듯이, 모험가들의 도전과 함께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정란은 '천하는 마음을 얻은 자의 몫이라 했다. 잠시 부끄러움을 접고 조선 천지에 내 발자국을 남기겠노라' (23p) 선언하고 청노새 한 마리와 동자만 대동하여 길을 떠났다고 해요. 아비가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아들 정기동은 가장 역할을 했으나 열여덟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였고, 이를 계기로 정란은 등반의 뜻을 접으려 했으나 시뻘건 부지깽이로도 그 마음을 놓지 못하였어요. 삼십 년간 조선 팔도의 명산을 오르며 그가 남긴 발자국을, 이제 우리가 마주하게 되었네요. 정란이 남긴 발자국과 기록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백오십여 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듯, 과거 조선 땅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정란에게는 평생 함께 울고 웃은 벗들과 가르침을 준 스승들, 그리고 그의 길을 응원해준 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란의 여행길은 혼자가 아니었던 거죠.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이자 조선 최고 등반 여행가인 창해 정란이 있었기에 이 땅의 역사가 기록될 수 있었네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창해 정란의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거예요.
- 《불후첩》이라! 자네가 남긴 발자취는 영원할 걸세. 첩으로 만들어놓으면 훼손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훗날 그 첩만 들춰보아도 여러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남는 것은 기록뿐이니 말일세.
- 한 가지 더 제 능력이 허락된다면 <산수 방여도>를 그려볼까 합니다. 제가 전국을 방랑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보부상들이 가지고 다니는 지도가 부정확하게 그려져 있어 애를 먹은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 그것 참 의미 있는 일이겠구려! 그나저나 혜환 이용휴의 찬문이 보고 싶네.
- 이 찬문은 한라산에 오르기 전에 받은 문장입니다.
표암은 음미하듯 천천히 글을 읽어 내려갔다.
...... 수백 년이 흐른 뒤에 과연 조룡하던 그들의 이름이 남게 될지,
아니면 조롱받던 사람의 이름이 남게 될지 두고 볼 일이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320-321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