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
탁승관 지음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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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은 탁승관 시인의 시집이에요.

누구나 산책길을 거닐 수 있지만 모두가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대신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마음을 느낄 수는 있어요.

가을은 시를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사라져가는 허전함을 감성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요.

이번 시집은 탁승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라고 해요. 인상적인 건 첫 장을 시인의 첫째 딸이 썼다는 거예요. 시인인 아버지를 나그네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시에서 종종 등장하는 나그네가 시인 본인을 뜻하기 때문이래요. "나그네에게 바치는 글... 나의 아버지로서가 아닌 60대 남성이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과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점... 항상 건강하실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의 수술과 이어지는 사고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 아픔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시간이 나시면 늘 숲속길을 산책하시는 아버지가 그동안 느껴왔던 감정과 소회에 대해 기록한 내용을 시집에 담아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5-6p)

이 글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어요. 각 시마다 적혀 있던 날짜는 시인이 숲속길을 거닐며 나그네가 되었던 시간이었구나, 라고 말이죠. 첫 번째 시는 2021년 6월 24일, '햇살 내리는 시간'으로 시작되네요. 늦봄에서 여름을 거쳐 겨울을 보내고, 새해 봄과 여름의 시간이 담겨 있어서 나그네의 일기장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올해 가을도 나그네는 숲길을 걷고 있을까요. 가을은, 가을밤은 풀벌레 소리가 유난히 커지고 숲내음이 짙어져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단풍이 빨갛게 물들고, 벼가 노랗게 익어갈 때에 우리 마음도 가을빛으로 퍼져가네요. 숲길을 걷는다는 건 목적지를 향한 바쁜 걸음이 아니라 자연속의 나를 만나는 과정이기에 한걸음 한걸음이 여유롭고 풍요로운 것 같아요.

"따뜻함이 그리워/ 따뜻한 햇살이 내리는/ 따뜻한 산책길을 따라/ 따뜻한 사람과 걸어가는 시간/ 그리워했다... " (266p)라는 시 구절을 읽으면서 저 역시 마음속 그리움을 꺼내보았네요. 가끔은 시인처럼, 혹은 나그네처럼 걸어봐야겠다고... 사람들은 인생을 '길'에 비유하는데, 시를 읽는 시간이야말로 즐거운 산책길이 아닐까 싶어요. 늘 꽃길을 걷고 싶지만 생각지도 못한 가시밭길을 피할 수는 없으니, 어떤 길을 걷더라도 힘을 내자고, 그럴 수 있는 건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시인의 말처럼 따뜻한 사람과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시간인 것 같아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딸의 마음과 시인의 마음을 같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네요. 마지막 시는 2022년 7월 2일, '삶의 향기'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행복한 우리의 삶의 향기입니다." (295p) 시인은 커피 한 잔을 삶의 향기로 표현했지만 우리 일상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삶의 향기들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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