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한문 수업 -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
임자헌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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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을 처음 배운 게 언제였는지는 가물가물한데, 한문를 향한 애정에 훼방을 놓은 인물은 정확히 기억나네요.

고등학교 시절 한문 선생님,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들에게 함부로 언어폭력을 가하는 나쁜 선생님이었는데 그때문에 한문과의 인연이 끊어지고 말았어요. 그러다가 요즘 <논어>를 풀어 쓴 책들을 읽으면서 다시금 잊고 있던 애정이 살아나고 있어요. 왜 한문이 좋냐고 묻는다면, 이유를 말할 수가 없어요. 그냥 좋으니까요. 한자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모양이 그림 같아서 보기 좋아요. 같은 부수가 들어가면 다른 글자들과 결합하여 비슷한 뜻이나 음을 나타내는 것이 글자에 숨겨진 퀴즈 같아서 재미있어요.

《나의 첫 한문 수업》 은 한문번역가 임자헌님의 책이에요.

부제는 '고전으로 세상을 잇는 어느 한문번역가의 종횡무진 공부 편력기'라고 해요. 이 책은 저자가 어떻게 한문번역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배움의 시기는 결코 늦은 때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저자 본인이 늦깎이로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미술 잡지 기자로 일하다가 우연히 한학의 매력에 빠져 그 길로 들어선 것이 서른 살이었대요. 완전히 진로를 변경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주변에서 응원은커녕 나이가 많아서 안 된다, 이래서 한계가 있다 등등 힘빠지는 얘기만 들었지만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갔다고 해요. 바로 그 점이 멋지고 훌륭한 것 같아요. 유독 우리나라는 '나이'를 걸림돌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요. 넌 너무 어려서 안 된다거나 반대로 너무 나이가 많아서 힘들다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 게 문제예요.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것이지, 그깟 나이가 대순가요. 주변에서 떠드는 말들에 흔들릴 필요가 없어요. 누가 뭐래도 내가 선택한 길을 가야 후회 없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저자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처음 한문을 배울 때의 교재가 <논어>였다고 해요. 시중에 나와 있는 번역책은 논어의 본문까지만 해석한 것이 많은데, 그 수업에서는 <논어집주> 라고 해서 송나라 때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가 모든 주를 달아놓은 책을 교본으로 사용하여 꼼꼼하게 배울 수 있었대요. 예전에는 그냥 고루하게 좋은 말 정도거니 했던 <논어>가 하나하나 짚어가며 배웠더니 재미있고 흥미로웠대요. 직접 수업을 받은 적은 없지만 저자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돼요. 우려낼수록 더 깊은 맛이 느껴지듯이 한문으로 된 문장은 반복하여 읽고 그 뜻을 되새기며 얻는 교훈이 많은 것 같아요. 그동안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옛 문헌을 번역한 책을 읽으면서 '원문을 직접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적 있는데, 한문번역가님의 이야기를 읽고나니 더욱 궁금해졌어요. 한문 수업,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들어온 것 같아요. 배움은 늘 즐겁고 행복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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