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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의 나라 - 문화의 경계에 놓인 한 아이에 관한 기록
앤 패디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반비 / 2022년 9월
평점 :
똑같은 사실도 어떻게 바라보느냐, 즉 해석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어요.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 뇌전증을 앓는 몽족의 어린 소녀 리아와 영어를 못하는 부모 그리고 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미국 의사들이 있어요.
아픈 아이를 낫게 하고 싶은 마음은 부모와 의사가 똑같은데, 소통의 문제로 인해 서양 의술과 영적 전통 간의 대립과 갈등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네요. 문화인류학자들은 이 상황을 서로 다른 두 개의 문화와 사고방식의 충돌로 보고 있어요.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에겐 무엇이 보일까요. 각자의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리아의 나라》 는 앤 패디먼의 르포르타주예요.
저자가 처음 몽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고 해요. 1988년 대학 친구였던 빌 셀비지라는 의사와 전화를 하면서 캘리포니아주 머세드라는 곳의 군립병원에 근무한다는 사실과 머세드에 몽족 난민들이 많이 이주해왔는데 소통의 문제로 병원에서는 매우 까다로운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몽족 환자와 미국 의사 사이의 소통 문제에 관해 더 알고 싶었던 저자는 머세드로 날아갔고 그곳에서 리아 리를 만났으며, 취재한 내용을 책으로 완성하기까지 9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해요. 이 책은 1997년 출간되었고, 같은 해에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2009년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 '모든 학생에게 추천해야 할 책'에 포함되었고, 2019년 《슬레이터》가 고른 '지난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논픽션'에 올랐다고 해요. 지금도 대학 수업에서 문학 저널리즘과 문화 간 감수성을 위한 사례집으로 활용된다고 하네요.
얼마 전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본 적 있어요. 대략 34만 가구이며 재작년 기준으로 출생아 100명당 6명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러한 수치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이 다문화가정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많은데, 그 이면에는 차별과 혐오가 깔려 있어요. 그래서 올바른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름이 불평등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몽족에 대해 알지 못했어요. 저자는 몽족에 대한 소개부터 자세히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어요. 라오스 출신의 고산민족으로 베트남전쟁 이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난민이 되어 미국에 왔다는 것, 라오스가 어떻게 전쟁에 휩쓸렸고 미국의 전사가 되어 고유문화를 잃었는지, 어떻게 희생당했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어요. 또한 미국 의료체계에 관한 부분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어느 한쪽에 편을 들거나 비난하지 않고, 객관적 시선으로 이민자 부모와 의사들의 입장을 이야기함으로써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바이러스 못지 않은 인포데믹의 위험을 목격했어요.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가짜뉴스와 실제로 벌어지는 혐오 범죄들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어요. 불평등과 감염, 그리고 차별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 해요. 인종이나 민족 같은 타고난 특징과는 관계 없이 보다 넓고 임의적인 특징을 기준으로 '우리'가 될 수 있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례집인 것 같아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할 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리아의 나라, 결국 우리 모두의 나라가 되어야 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