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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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진심으로 묻고 싶어요. 지금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이어령 교수님의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마지막 책이 나왔어요. 이번 책의 부제는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예요.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를 살펴보면 한자라는 글자로 들여다 본 어린 시절부터 식민지 상황에서 한국어를 쓰지 못하고 남의 말을 배우는 교실의 풍경이 어떠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일본말이 서툰 아이는 교실에서 한마디도 할 수 없어서 혼자 교실에서 당번을 서야 하고, 벌을 받아야 했는데, 그 비극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당했다는 것이 서글픈 대목이네요. 일제는 징용과 징병, 식민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교육을 강화했지만 간과한 점이 있어요. 학생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었다는 거예요. 내면에서는 불합리한 식민지 교육을 거부하고 분노할 수 있는 존재가 학생들이었던 거죠. 다만 이야기 속에서 식민지 시대의 잔상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섬뜩함을 느꼈어요.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만난 것을 놓고 정부에선 '약식 회담'이라고 발표했는데, 일본 정부는 티타임 수준에 불과한 '간담'이라고 선을 그었어요. 그 과정 또한 기자들도 없이 일본 총리가 머무는 행사장까지 부랴부랴 찾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굴욕 외교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요.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사과나 반성은커녕 도리어 한국 탓을 하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마당에, 이 무슨 해괴망칙한 외교인가 싶어서 충격을 받았네요. 문득 어떤 장관 후보자가 공개 세미나에서 일본은 아시아를 지배해봤기 때문에 준법정신이 좋다면서, 한국인은 저급하고 일본인은 훌륭하다고 발언했던 내용이 떠오르네요. 일본 우익단체도 아니고 한국에서 버젓이 이런 말을 떠들다니요,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사람은 배워야 해요. 중요한 건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식민지 교실도 아니고, 21세기 한국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모두 함께 바른 길로 가야 할 때인 것 같아요.




03 '대동아공영권'이란 말은 국가 기밀과 전쟁 첩보를 다루던 이와쿠로 히데오라는 군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1940년에 마쓰오카 요스케 외무대신의 입을 통해 널리 퍼진 말이다.

이것을 알면 아시아의 번영이 아니라 전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구호라는 사실까지 눈치챌 수 있다. (21-22p)



04 매일같이 비상령이고 비상 경계령이었다. 폭격에 대비한다고 웬만한 문에는 모두 '비상구(非常口)'라고 표시돼 있었다.

'대동아'란 말과 함께 한국인에게 늘 이 '아닐 비' (非) 라는 한자가 따라다녔기에 우리는 일제에서 해방된 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상구', '비상문'이란 글씨를 썼다. 영어로는 그냥 'EXIT'다. 게다가 한자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는 '태평문'(太平門)이라고 부르는데 말이다. 같은 한자, 같은 문인데 한쪽은 비상이고 한쪽은 태평이다. 한편으로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여섯 자는 뜻하지 않게 내 작은 영혼을 만주 벌판으로, 그리고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처럼 아시아의 밤으로 향하게 했다. ... 금지의 문자 '비'에 마음 '심'을 붙이면 정말 눈을 감고 울고 있는 '슬플 비' (悲) 자가 되고, 그 반대편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닮은 '웃음 소' (笑) 자가 보인다. 한자는 어떤 폭력으로도 지울 수 없는 문화유전자였다. (2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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