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
백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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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 는 아름다운 우리 시와 그림이 담긴 책이에요.

과거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백일장과 함께 시화전이 있었어요. 멋진 그림 위에 적혀 있는 시, 시화를 보면 시가 건네는 말이 이미지로 표현되어 더욱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책을 펼쳤을 때, 그때의 시화전을 관람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각각의 시마다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시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글씨체로 꾸며져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에요. 우리가 사랑하는 시인 7인과 주옥 같은 시 83편을 보고, 낭독할 수 있을뿐 아니라 빈 여백에 직접 필사할 수 있는 책이에요. 백석 시인, 박인환 시인, 김영랑 시인, 김소월 시인, 정지용 시인, 한용운 시인, 윤동주 시인까지 대표시를 만날 수 있어요.

요즘 가을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좋아서, 김영랑 시인의 <다정히도 불어 오는 바람> 을 소리내어 읽어봤어요.

"다정히도 불어 오는 바람이길래 / 내 숨결 가볍게 실어 보냈지 / 하늘갓을 스치고 휘도는 바람 / 어이면 한숨을 몰아다 주오." (72p)

시를 필사하려면 여러 번 읽을 수밖에 없어요. 문장을 끊어가며 읽고, 적고... 따로 노트를 준비하지 않아도 책 안에 쓸 수 있는 여백이 마련되어 있어요. 예쁜 시화를 감상하며 직접 손글씨로 따라 적는 과정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면서 잔잔한 기쁨을 주네요.

한용운 시인의 <나의 꿈> 에서 "당신이 고요한 가을밤에 그윽히 앉아서 글을 볼 때에 나의 꿈은 귀뚜라미가 되어서 책상 밑에서 '귀뚤귀뚤' 울겠습니다." (150p)를 읽으며 잊고 있던 마음이 되살아나 몽글몽글해졌네요. 윤동주 시인의 <소년> 에서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180p) 라는 첫행을 읽으면서 비로소 가을, 슬픈 가을을 느꼈네요. 유난히도 슬픈 가을...

윤동주 시인의 <사랑스런 추억>에서 "...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208p) 라는 마지막 문장은 오늘의 제 마음 같아서, 한참 바라보았네요.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고, 시인의 말처럼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기차와도 같은 오늘을 보낸 터라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대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지나간 추억이 사랑스러운 건 우리가 사랑한 순간만 기억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살아 있음이 곧 젊음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굳이 계절을 따질 이유는 없지만 가을이라, 가을은 시를 읽고 필사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아름다운 시를 읽다 보면 마음 깊숙히 잠자고 있던 감성이 깨어나 시를 쓰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누구나 마음을 열면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에 담아둔 말들, 곱게 다듬어서 보석 같은 시를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에겐 시인의 마음이 필요하니까요. 특별한 필사 시집을 통해 그 마음을 배워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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