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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왕 1 - 젤레즈니 여왕 데네브가 한 곳에서 새로운 별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ㅣ 대장장이 왕 1
허교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기에 주저없이 읽었어요.
우리가 지금부터 만나게 될 세계는 제국의 서쪽 끝 작은 나라, 숲이 많아 숲의 나라라고도 불리는 스타인에서 시작돼요. 멋진 영웅의 등장을 기대했으나 웬걸, 망한 나라 스타인의 왕 무스텔라가 자신의 아들 레푸스에게 넋두리를 하고 있는데, 그 분위기가 묘해요. 진지한 듯 가벼운 농담 같은 대화 속에 중요한 힌트가 숨겨져 있어요. 퍼즐 조각처럼 낱개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서서히 조각이 맞춰질수록 큰 그림이 보일 거예요.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해석은 각자의 몫이에요. 만약 현실 세계였다면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존재가 누군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요.
- 아들아, 나는 요새 고민으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구나.
- 어떤 일로 고민하십니까?
- 외교 문제야, 외교 문제.
...
- 모두 황제의 눈치를 살피느라 스타인을 없는 나라 취급하고 있지.
그런데 말이다. 황제도 아직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야.
그래서 우리를 죽이고 나라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 거다.
레푸스, 살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 있으면 이 나라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거야. (20-21p)
도대체 이 제국의 땅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탁월한 이야기꾼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어요. 뜸을 들일수록 궁금증은 커져갈 테고,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그건 오직 이야기꾼의 마음에 달려 있으니까요. 제국의 서쪽 끝 스타인에서 시작하여 대장장이 신의 신전과 제국 수도를 지나 황폐하고 광활한 에젠 땅을 가로질러 동쪽 끝에는자리한 마법사들의 나라까지 여행하게 될 거예요. 독수리처럼 하늘 위에서 제국의 곳곳을 내려다보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관찰자가 우리를 안내하고 있어요.
황제는 막강한 힘으로 약소국 스타인을 굴복시켰는데 최근 스타인에 까마귀 발톱을 파견했어요. 대장장이 신의 사제들이 새 후보를 찾기 시작했고, 이를 알아챈 황제가 가르젠과 후보 둘 다 죽일 작정인 거예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황제의 적수가 바로 대장장이 왕이기 때문이에요. 대장장이 신의 사제 가르젠은 새로운 왕이 될 인물로 고아소년 에퍼를 만나게 되고, 에퍼가 바로 여러 시험을 거쳐 서른두 번째 대장장이 왕이 되는 에이어리예요.
대부분 판타지 소설에서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마련인데, 여기서는 황제의 사병인 까마귀 발톱의 대장 슈타이어를 주목하게 되네요. 그는 황제의 명령대로 대장장이 왕이 될 어린 후보들을 죽였어요. 하지만 가르젠과 에퍼를 마주했을 때는 머뭇거리며 물었어요. "대장장이 신이 저에게 벌을 내리실까요?" (162p) 슈타이어는 까마귀 발톱이기 전에 신벌을 두려워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걸 가르젠에게 고백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그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고,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신을 두려워하면서 불의를 저지르다니, 너무 어리석네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웅의 위대함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용기인 것 같아요. 두렵더라도 옳은 선택을 해야만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