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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평점 :
아무리 좋은 보석도 그 가치를 볼 줄 아는 사람이 없다면 한낱 돌덩어리에 불과할 거예요.
호주 역사가 루크 키오 박사는 우연히 한 전시회에서 식물 운반용 유리 상자 '워디언 케이스(Wardian case)를 발견했고, 이 물건의 놀라운 가치를 집중적으로 탐구한 결과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고 해요. 이 책은 워디언 케이스가 무엇이며, 어떻게 전 세계 식물 이동에 대변혁을 일으켰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고 있어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워디언 케이스가 이토록 오랜 전에 만들어진 발명품인 줄 몰랐어요. 요즘 유행하는 테라리움의 원조가 워디언 케이스라고 하네요. 기원전 500년경에 꽃을 전시하기 위해 종 모양의 유리병 속에 식물을 보관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테라리움의 시작은 영국의 외과의사인 너새니엘 백쇼 워드로 알려져 있어요. 그는 1829년 실험 목적으로 만든 밀폐된 유리 상자 안에 식물을 넣어 런던 자택에서 4년간 키운 끝에 식물이 물 없이 장기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전 세계 식물 운반에 쓰일 운반용 유리 상자를 만들었다고 해요. 1833년, 워드가 발명한 워디언 케이스 두 상자를 배에 실어 런던에서 시드니까지 보내는 실험이 성공하면서, 이후 백 년간 식물을 운반하는 데 워디언 케이스 수천 개가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워드 본인이 발명품에 특허를 내지 않아서 워디언 케이스는 다양한 디자인과 스타일로 세계에 유통되었는데, 그 종류를 장식용과 여행용으로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장식용 상자는 오늘날 테라리움으로 알려진 유리 용기이며, 키우기 까다로우나 아름다운 식물을 넣어두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에 심미적 요소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반면, 여행용은 오랜 항해를 견디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졌으며 운반을 위한 많은 기술이 필요했다고 해요. 이 책에서는 여행용 워디언 케이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워디언 케이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식물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의 역사뿐 아니라 식물과 관련된 세계사를 탐험하는 것 같아요. 정말 책 제목처럼 워드의 상자는 단순한 운반 수단이 아니라 전 세계 환경을 변화시킨 핵심이며 위대한 식물 상자네요. 우리가 너새니얼 워드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발명품을 본인의 이득이 아닌 인류를 위해 나누어주었다는 선의 때문이에요. 안타깝게도 워드는 말년에 가난했고, 워디언 케이스를 통한 차와 기나나무의 운반은 노동자 계급에겐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으며 머나먼 식민지의 개척자와 부유층만 배부르게 했어요. 비록 워드는 무일푼으로 사망했지만,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워드라는 이름이 상자에 붙여지게 된 거예요. 이러한 역사를 알게 되니, 수많은 식물 상자들이 무엇을 운반했는지 그 본질을 바라보게 되네요. 현재 우리의 환경 정책은 식물의 운반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요. 인간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겼으나 위대한 자연은 그 대가를 돌려주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