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공포, 추리, 미스터리 장르에 푹 빠졌던 적이 있어요.

암울한 판타지의 세계를 훔쳐보듯 즐겼던 거죠.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어요.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의 거리.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요? 글쎄요, 어릴 때는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 확실하게 답할 수가 없네요.

우리 곁에서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악인을 구분해낼 방법은 없어요.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히기 전에는 말이죠.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데다가 때로는 그 마음의 주인마저도 헷갈리니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어요. 온전히 악으로 가득찬 마음이 존재한다면... 그걸 알 수 없으니 두려움, 공포가 커지는 게 아닐까요. 다들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길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들이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어요. 인간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악의 마음들, 소설은 그 일부를 보여주고 있어요.

《미궁》 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책이에요.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종 문학상을 휩쓴 대단한 작가라고 하네요.

미궁 (迷宮), 그리스어로 라비린토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설적 건축가 다이달로스가 크레타의 국왕 미노스를 위해 크노소스에 건설한 복잡한 복합 건물로,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이 미궁에 갇혔다고 전해지면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미궁으로 알려져 있어요. 미궁이라는 단어는 미로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요. 미로는 여러 갈래의 길이 복잡하게 가지를 치면서 그 길들 중 한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면, 미궁은 가지 없는 한 개의 길만을 따라가며 결국 구조물에 이르게 된다고 해요. 미궁은 중심을 향한 분명한 길이 있으며 길찾기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괴물을 가두기 위해 지어졌다는 점에 미로와 다른 거죠.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 바로 미궁인 거예요.

소설을 읽다가 주인공 신견(新見)의 R 때문에 니체의 말이 생각났어요. 새로운 것을 본다는 뜻을 가진 신견이라는 이름도 특이했어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


22년 전, 1988년에 일어난 히오키 사건은 언론에서는 '종이학 사건'으로 알려졌는데, 사건 현장이 일반주택이며 밀실 상태였고 부부 두 사람과 아들 사체 가 종이학에 파묻혀 있었어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이웃집 남자는 거동만 수성쩍을 뿐 범행동기나 증거가 없어서 풀려나면서 미궁 사건이 되었어요. 처음엔 미궁의 의미가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영화 <곡성>에 나온 대사를 빌려, 경고하고 싶네요. 절대 현혹되지 마소.

"색색의 종이학에 파묻힌 알몸의 여자 사체. 그건 어떤 본질 같았어.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지만." (43p)

과거 미궁에 빠진 사건에 대한 내용을 나왔을 때, 그제서야 책 표지를 다시 봤네요. 수많은 종이학 뒤에 한 여성이 보여서 소름 돋았어요. 주인공이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사나에를 우연히 바에서 만나 그녀의 집으로 간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요. 점점 미궁 속으로, 일단 책을 펼쳤다면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이야기였네요.

"자네가 그 사건을 궁금해하는 이유를 알려줄까? 그 사건의 깊은 곳에서, 그 수수께끼의 깊은 곳에서, 자네 자신을 보고 있지?

자신 속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분이 기묘하게도 그 사건에 반응을 하지? 그 사건의 진상에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 속의 그 정체 모를 부분도 해명된다는 듯이. 언제가 자신을 망가지게 할 터인 자네 자신의 핵심을." (6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