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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평점 :
《바라만 봐도 닳는 것》 은 임강유 시인의 시집이에요.
제목이 마치 내게 건네는 질문처럼 느껴졌어요. 바라만 봐도 닳는 건 뭘까라는.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관심의 표현일 거예요. 좋든 나쁘든 그 대상을 향한 마음이 눈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지요.
대부분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눈길이 오래 머물면서 따스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시인은 "나에게 할머니는 나란 존재보다 더 가치가 있다" (12p)라고 말했어요. 할머니의 허리는 어느새 구부러지고, 시인의 이마에도 주름이 생기면서 "우리 할머니는 닳는 것 같아" (13p)라고 표현했어요. 자신을 키우느라 닳아버린 할머니의 허리를 바라보며, 고마움만큼이나 안타까움이 큰 것 같아요. 할머니에게 손자는 금지옥엽, 바라만 봐도 닳는 귀한 존재였을 거예요. 이제 어른이 된 손자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애닳아 하는 심정으로, 자신도 점점 닳아간다고 이야기하네요. 사실 닳아간다는 건 세월의 흔적이라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시인의 마음을 보며 그것마저도 사랑이구나 싶었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랑이란 스스로 내어주며 기꺼이 닳아가는 마음인 것 같아요.
임강유 시인의 시들 가운데 제목 한 줄에 시 한 줄인 시가 있어요. 제목은 '살다보니 알았다'이고 시의 내용은 '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65p)이 전부예요. 이 시를 읽으면서 공감했어요. 세상에 삶의 이유를 알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태어나보니 '나'라는 존재였고, 살다보니 하나둘씩 배우게 되었을 뿐. 어쩌다가 이 세상에 나로 살게 되었는지, 그걸 몰라서 계속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운명이 정해졌다고 해도 우리가 알 길이 없으니 찾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지금 무엇을 하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 것. 운명이라면 이 또한 다 거쳐야 할 과정일 테니.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각자 자유겠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시인의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시(詩)가 주는 다정한 위로와 따스한 공감이 필요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