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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 환경과학자가 경고하는 화학물질의 위험
롤프 할든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문화 / 2022년 7월
평점 :
롤프 할든, 독일의 환경공학 박사이며 현재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그는 환경공학의 관점에서 자연의 오염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는지, 환경에 기술적 발전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어요.
《오늘도 플라스틱을 먹었습니다》 는 롤프 할든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오랜 연구 결과를 알기 쉽게 정리한 환경 에세이로,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든 각종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에요.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1962년 <침묵의 봄>을 펴내 대중에게 환경 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1964년 카슨이 암으로 사망하고 거의 10년이 지난 1972년에 헥사클로로펜이 안전상의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면서 이를 대신한 삼염화 방향족 화합물은 그로부터 46년이 지나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인류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금지 처분이 내려진 화학 물질은 여전히 분해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자연에 잔류하고 있어요. 나사 NASA가 연구팀에 제공한 우주인의 액체 샘플에서도 항균성 화학물이 검출되었던 건 이 무서운 화학물질들이 지구뿐 아니라 저 멀리 우주까지 오염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네요. 저자의 표현처럼 더 나빠질 게 없다는 착각 때문에 인류는 계속 새로운 화학품을 개발하며 오염을 막기는커녕 확산시키고 있어요. 유기염소 화합물을 대신하여 난연제로 유기브로민을 대량생산했고, 난연제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항공기 소재뿐 아니라 가구와 침구류, 잠옷류 등 다양한 소비재에도 난연제가 사용되었어요.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카펫 밑, 의자쿠션, 발포 매트리스에서 이 물질이 조금씩 흘러나와 이 독성 호르몬을 매일 들이마시고 있어요. 유기브로민 화합물이 가져온 다양한 건강 이상 증세 중 하나가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는 내분비계 교란 현상이에요. 테플론이라는 상품명으로 대표되는 유기불소는 들러붙지 않은 테플론 프라이팬으로 판매되었는데, 겉보기엔 청결해보이는 코팅이 우리 몸을 오염시켰고, 미국에서는 2015년 판매 금지가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아무런 규제도, 관리기준도 없다고 하네요. 이 부분은 책에 나오지 않지만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코팅 프라이팬 외에도 뜨거운 커피를 담는 일회용 컵이나 배달음식의 종이포장지, 샌드위치 포장지, 배달피자박스, 고가의 아웃도어제품의 방수가공에도 포함되어 있대요. 환경오염물질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먹고 마시고 있다는 뜻일 거예요.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지만 그 성분과 위험성에 대해 알려지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노력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장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을 중단해도 이미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대로 있기 때문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어요. 특히 플라스틱 조각, 미세 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고, 물과 공기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조심한다고 해서 막을 길은 없어요.
저자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고 난 뒤 그 위험성을 규제하는 조치가 얼마나 지나서 시행되는지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위험이 알려지고 통상 14년이 지나서야 규제조치가 발효됐다고 해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아무리 경고해도 뒤늦게 대처하는 이유는 당장 눈앞에 닥친 위험으로 느끼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난연제를 흡입하거나 미세 플라스틱을 삼키거나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그 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쉽게 확인할 수 없어요. 지금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각종 질병과 그로 인한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것이고, 이와 함께 생명체의 멸종 위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언젠가는 그 위험이 인류에게 닥칠 거예요. 환경과 생명은 이어져 있으며 우리는 인류가 만들어낸 화학물질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어요. 지구를 되살리는 일, 결국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