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 나를 전공하고 있습니까?
이종은 지음 / 캘리포니아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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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다.

엄마가 보고 싶다...

살면서 이런 순간은 수없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아프고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어느 날 라디오에서 엄마에 관한 사연을 듣는데, 울컥 눈물이 나더라고요. 뭐지, 이건 슬픈 감정도 아니고, 아픈 통증도 아닌데 눈물이 왜 나는 거지?

그때부터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코끝이 찡해진 것 같아요. 뜬금없이 우는 건 창피하니까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꾹 참으면서 말이죠.

자식 입장에서 엄마는 늘 엄마였으니까, 엄마가 아닌 다른 모습의 엄마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그런 엄마를 온전히 한 사람으로서 바라보니 마음이 아팠어요. 자식을 키우느라 애썼던 엄마의 삶에는 엄마 자신이 쏙 빠져 있었더라고요. 모성애, 희생은 결코 당연한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살았던 거죠. 아, 이렇게 철이 드는가보다 싶었는데, 여전히 엄마 앞에선 철 없는 어린애가 되는 것 같아요.

주절주절, 혼자 반성문 같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전부 이 책 때문이에요.

《아무도 나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 는 이종은 작가님의 책이에요.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은 현실적인 이야기였어요. 부모와 자녀 사이,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는 끝나지 않은 뒷바라지는 부모의 노후를 막막하게 만드네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엄마는 문득 네 명의 자식들 중 그 누구도 자신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어요. 재산이라곤 집 한 채뿐인데, 통장에 남은 돈은 없으니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걱정이 된 거예요. 첫째 딸 서희 , 둘째 딸 서현, 셋째 아들 서준, 막내 아들 하이까지 차례로 만나서 생활비 얘길 꺼내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 뒤에 엄마는 하이에게만 잠깐 집을 떠나 있겠다는 문자를 보냈고, 놀란 하이가 형과 누나들에게 엄마가 가출하셨다고 알린 거예요. 사실 엄마는 가출이 아니라 날아오르기 위한 날갯짓을 했던 거예요. 아빠는 멀리 하늘나라로 떠나셨지만 가족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남겨놓았어요.

실제로 소설 속 아빠 같은 분이 계셨어요.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얼마 전 돌아가신 분이 자신의 컴퓨터에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본인의 형제 자매들까지 일일이 편지를 써두었더래요. 장례식 부조금도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가친척들에겐 소정의 돈과 함께 맛있는 거 사먹고 행복하게 살라는 유언을 남겼대요. 정말 놀라웠어요. 삶의 마지막을 이토록 아름답게 보내는 사람이 있다니 말이죠.

엄마가 집을 떠나 있는 사이, 사남매는 하이의 제안으로 '엄마 전공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그 내용은 '나 자신을 전공하라', 즉 엄마가 자신을 전공하도록 도와드리면서 각자 자신도 들여다보자는 거예요. 만약 자식들이 엄마의 요청대로 생활비를 드렸다면 엄마는 돈 걱정은 줄었겠지만 영영 자신의 전공이 무엇인지는 찾지 못했을 거예요. 책 제목만 보면 불효막심한 자식들인데, 책을 펼쳐보니 그 안에 거울이 들어 있었네요.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 나를 알아가는 길, 자신을 전공하는 법... 그 다음은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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