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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공구 - 공구와 함께 만든 자유롭고 단단한 일상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2년 8월
평점 :
피식 웃음이 났어요.
인생의 반려자로 시작된 '반려'의 용도가 반려동물, 반려식물을 거쳐 반려공구에 이르렀다니, 굉장한 친화력이라서요.
이렇듯 일상의 온갖 것들이 반려사물이 된다면 하나의 이점은 있을 것 같네요.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것, 그야말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수밖에 없는 환경 조건이 되는 거죠. 무엇보다도 반려공구는 뚝딱뚝딱 고치고 만드는 도구라는 점에서 쓸모 있고 재미있어요.
문득 서울 가회동 한옥마을의 빈센트님이 떠올랐어요. 쓸모 있는 어른의 삶을 살아가는 분이라서 분명 반려공구를 갖고 있을 테니까요. 집안의 모든 물건들 하나하나 허투루 들인 것이 없고, 직접 만들거나 구입할 때는 평생 사용할만 한가를 고려한다고 했거든요.
《반려 공구》 는 모호연 작가님의 공구 이야기예요.
평소에 공구라고는 손에 쥐어 본 적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만의 공구를 갖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생길 거예요.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마음이 생기면 공구를 구입할 수밖에 없고, 어떤 식으로든 공구를 사용할 기회를 만들면서 자주 사용하다가 점점 공구에 대한 애정이 쌓이게 되는 거죠. 저자에게 공구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친구이자 든든한 파트너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이 책은 '내 반려 공구를 소개합니다' 버전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전동 드라이버, 수동 드라이버, 드라이버 비트와 나사못, 렌치, 자, 전동 드릴, 드릴 비트와 앙카, 사포와 수동 샌딩기, 망치, 톱, 타카, 시계 공구, 가위(들), 커터, 플라이어, 펜치, 실리콘과 실리콘건, 글루건, 접착제, 재봉틀, 왼손과 오른손을 순서대로 설명해주고 있어요. 역시나 저자도 인생의 쓸모를 언급하고 있어요. 누구든 인생의 쓸모를 간절히 원한다면 무엇으로든, 무엇이든 만들어보라는 조언을 해주면서 말이죠. 결과가 어찌됐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시도 자체가 훌륭한 거니까, 실패를 하더라도 기술은 축적되니 그걸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요.
반려 공구 덕분에 저자는 삶에 필요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고, 조금씩 기술을 터득해가며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삶을 살게 되었대요. 또한 공구를 쓰는 일은 몸으로 하는 일이라서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힘을 쓸 수 있어요. 신기하게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라는 마음가짐은 우리 인생 전반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내 깜냥, 그래야 탈이 없어요.
친절한 공구 사용법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공구의 종류와 쓰임새를 배우면서 인생 수업을 받는 기분이 들어요. 공구를 다루면서 정작 공구를 사용하는 왼손과 오른손에 대한 관심이 덜할 때가 많은데, 이것도 당연히 존재하고 기능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한 거예요. 따라서 두 손을 존중하고 대접할 것, 나에게 이로운 것들을 극진히 대할 것, 그것이 곧 내 삶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네요. 명심할게요.
물건을 사랑하는 나는 고장 난 물건을 고쳐 쓰는 데에도 열심이다.
... 공구를 손에 쥐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진 것들이 그저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진다.
... 물건을 사랑하는 것이 그 물건에 쌓인 추억을 되새기는 일이라면,
공구를 좋아하는 것은 공간에 잠재된 가능성을 생각하고 끄집어내는 일이다.
... 실패가 두려워도 망설이지 않고 공구를 집어든다. 내 생활의 어려움을 나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효능감,
그리고 타인에게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은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8-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