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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속 문해력 수업 - 과학적 읽기와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ㅣ EBS 교육인사이트
박제원 지음 / EBS BOOKS / 2022년 8월
평점 :
최근 '심심한 사과'라는 말을 둘러싸고 소셜미디어가 시끌벅적했네요.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건 '심심(甚深)하다 [ = 매우 깊다]'의 뜻을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의미의 '심심하다'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에요.
이와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한국의 실질문맹률이 75%로 심각하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졌어요.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요즘 애들이 이런 단어도 몰라? 어휘력 문제네, 이러니 문해력이 떨어지지."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는데, 이런 현상에 대한 반박이 있었네요.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님은 실질문맹률 75% 라는 수치가 너무 이상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 조사 결과를 확인했고, 무려 21년 전인 2001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낸 통계였음을 지적했어요. 2001년에 조사한 내용은 산문 문해력, 문서 문해력, 수량 문해력 세 가지 분야를 점수로 매긴 것으로 한국 사람들의 성인 문해력 결과는 중위권이었어요. 논설이나 기사를 읽고 이해하는 산문 문해력과 금전 출납이나 대출 이산 계산 문서를 보는 수량 문해력은 중위권인데 양식이 있는 문서들인 급여 양식이나 지도표 그래프 형태의 문서들을 해석하는 문서 문해력만 최하위였다고 해요. 즉 75% 문맹률의 수치는 문서 문해력에만 해당되는 문제였던 거예요. 그런데 우리나라 기자들 역시 '문서 문해력'이 취약한 나머지 계속 잘못 인용하여 이런 문제들이 생겼다는 거예요. 재미있는 건 OECD 국가에서 전 세계 39개국을 비교한 PIAAC(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만16세~만65세) 수준은 중상위권이며, 오히려 젊은 연령층은 상위권인데 55세이상 높은 연령층이 하위권에 속한다는 거예요. 진짜 문해력이 떨어지는 대상은 숫자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잘못 인용해 가짜 뉴스를 만드는 언론이라고 봐야 한다는 거죠.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논쟁이 시작된 실질문맹률 75%는, 팩트 체크해보니 '거짓'이에요. 또한 요즘 독서를 안 해서 문제라는 지적도 통계를 살펴보면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 게 아니라 어른들이 안 읽는 것이네요. 디지털 세상에서 필요한 문해력을 갖추는 건 우리 아이들의 문제라기 보다는 어른들의 문제로 봐야 할 것 같아요. 특히 가짜 뉴스를 구별하지 못하는 건 비판적 사고의 부재인 것 같아요. 어른들이 과학적 사고, 비판적 사고를 못하니까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 아닐까요. 다만 모바일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마구잡이 신조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건 세대 간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될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니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쟁 대신에 다함께 문해력을 키워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토록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학교 속 문해력 수업》은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 한다는 책이라는 걸 말하기 위해서였어요. 앞서 교수님이 지적했던 내용도 책에 그대로 나와 있어요. 우리의 현실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과잉 정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정보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어요. 저자는 "문해력은 후마니타스를 기르는 힘이며, 문해력의 비밀은 뇌에 숨겨져 있다. 비판적으로 보고, 듣고, 생각하라. 비판적으로 읽고 또 읽어라." (31p)라고 강조했어요. 즉 책을 읽어야 문해력을 기를 수 있어요. 또한 비판적 사고는 배워야 하는 기술이에요. 그 구체적인 방법들이 책 속에 나와 있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이 갖춰야 할 기본을 '학교 속 문해력 수업'이 알려주고 있어요. 모르면 배워야죠.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