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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반도체 지정학 - 21세기 지정학 리스크 속 어떻게 반도체 초강국이 될 것인가
오타 야스히코 지음, 임재덕 옮김, 강유종 감수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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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30 반도체 지정학》 은 일본 경제신문의 편집위원인 오타 야스히코의 책이에요.
저자는 언론인으로서 반도체를 통해 여러 국가가 패권을 겨루는 국제정치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지정학적 관계를 정리하고 있어요.
전통적인 지정학은 지리적 조건이 국제정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하는 방법론을 말하는데, 현대의 지정학은 육지와 바다를 넘어 또 다른 무대, 즉 디지털 정보가 오가는 사이버 공간을 포함하고 있어요. 가상적인 데이터를 받아들이며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하드웨어는 반도체밖에 없기 때문에,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높아졌어요. 전 세계가 1년간 출하하는 반도체 칩의 수는 1980년에는 약 320억 개였지만 2020년에는 1조 360만 개로 불어났고, 2030년까지는 2조~ 3조 개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요. 반도체를 확보하는 것이 모든 나라에서 필사적으로 중요한 국가 안전보장 정책이 되어가고 있어요. 반도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이 책은 작은 반도체 칩을 통해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의 움직임을 지정학적 관점에서 2030년 세계를 전망하고 있어요.
미국 바이든 정권이 추진하는 반도체 전략은 단순해요. 반도체 설계는 뛰어나지만 물건 만들기가 취약하므로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이에요. TSMC를 향한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반도체를 수탁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는 애리조나에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어요. 대만에 이어 한국에도 압력을 넣어 삼성전자도 공장 진출이 확정되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너무 들떠 있어요. 때가 되면 옥죄어줄 거예요." (84p) 2019년 6월 어느 날, 일본 정부 관계자가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했던 말인데, 이 예고는 훗날 일본 입장에서는 잔혹한 현실로 돌아왔어요. 반도체 관련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실시했는데, 도리어 한국은 일본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산화로 방향을 틀었고 중국의 소재 조달을 늘리면서 결과적으로 일본 스스로 '옥죄기'라는 역풍을 맞았어요. 저자는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를 '일본이 연 판도라 상자'라고 비유했어요.
대만의 TSMC 는 지금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기업이며, 미 · 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제정치의 열쇠를 쥐고 있는 플레이어로 무대 위에 올랐어요. 세계 파운드리 미세화 기술력을 비교해보면, 7나노 수준까지 개발에 도전한 곳은 2021년 여름까지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 중국의 SMIC,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 등 다섯 개사라고 해요. 미국에 의해 기술이 봉쇄된 중국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서두를 수밖에 없고, 시진핑 정권은 취약한 제조 분야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요. 지정학으로 본 주요국들의 관계 및 전략뿐 아니라 반도체 부활을 꿈꾸는 일본 최후의 보루를 보면서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시시각각 얼마나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네요.
2030년 일본의 반도체 전략은 TPP, 정식 명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재구축하여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이끄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인 대만과 한국의 참여, 그리고 미국의 복귀가 필수 조건이라는 거예요. 일본의 소재 업체가 강하다 해도 정작 파운드리 없이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부흥하긴 어렵다는 결론이에요. 마지막으로 저자와의 대담 내용이 실려 있어요. 현재 우크라아니-러시아 전쟁이 길어지고 있는 이유를 첨단기술, 즉 반도체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꼽고 있어요. 첨단 반도체가 탑재된 신형 미사일이라는 반도체의 우열이 전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인 거죠. 앞으로 미 · 중 대립이 계속되는 한 최첨단 반도체 부분에서의 디커플링은 끝나지 않을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혹은 일렉트로닉 전체 측면에서 승자는 불분명하다는 것,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치열하다는 의미일 것 같네요.
